유럽연합(EU)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Brexit)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논란의 핵심인 백스톱 조항을 빼는 대신 북아일랜드를 4년간 농산물·공산품 분야에서 EU 단일시장에 남겨두는 내용의 최종 협상안을 EU에 보내기로 했다. EU와 아일랜드가 이 안에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존슨 총리는 이 ‘최후통첩’을 EU가 거절하면 ‘노딜 브렉시트(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것)’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이날 맨체스터에서 열린 보수당 전당대회 폐막연설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설적이고 합리적인’ 협상안을 EU에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 북아일랜드는 관세동맹에서는 제외되며 4년 후 의회가 EU 단일시장에 남을지, 영국처럼 탈퇴할지를 자체적으로 결정한다. 협상안에 대해 북아일랜드 민주통일당(DUP) 관계자는 만족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존슨 총리는 또 “영국과 EU가 합의 도출에 실패할 경우 나의 대안이 ‘노딜 브렉시트’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브렉시트가 늦춰질 경우 민주주의의 신뢰성에 대한 심각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백스톱은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하드보더(국경에서 엄격한 통행·통관절차를 적용하는 것)를 막기 위해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안전장치다. 존슨 총리는 백스톱이 영국을 EU의 영향력 아래에 묶어두는 것이라며 폐기를 주장한 반면 EU는 영국이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추가 협상은 없다고 맞서왔다.
영국 총리실은 존슨의 이번 제안으로 EU가 오는 17일로 예정된 정상회의에 앞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오후 영국이 백스톱을 대체할 구체적인 협상안을 EU에 제출하고 EU는 회원국을 소집해 해당 협상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EU와 아일랜드가 협상안에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998년 타결된 북아일랜드 평화협정을 흔들고 EU 단일시장의 통합을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아일랜드 RTE방송도 아일랜드 정부가 존슨 총리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영국의 이달 말 브렉시트 이행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의회 대정부질의에서 “영국이 질서정연한 브렉시트 방안과 관련해 수용할 만한 제안을 내놓지 않는 한 31일 EU를 탈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