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호 태풍 ‘미탁’이 몰고 온 비바람에 제주도와 전남 등에서 침수피해와 부상자·이재민 등이 잇따라 발생한데 이어 많은 비가 내린 경북 영덕 강구면 주민에는 대피령이 내려졌다. 태풍이 남해안에 상륙해 3일 경북 동해안으로 빠져나갈 때까지 최고 500㎜의 폭우가 예상돼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미탁이 제주도와 남해안에 근접하면서 오후까지 3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은 비교적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고 중대본은 전했다. 제주도에서는 주택 침수·파손으로 9세대 2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들은 인근 호텔·펜션이나 친척 집에 임시로 머물고 있다. 전남 완도군 완도읍 도심은 물에 잠겼다. 한꺼번에 쏟아진 비로 도심 저지대에서는 도로가 침수됐고 상점과 주택 안까지 물이 들이닥쳤다. 오후5시 현재까지 전남도에 집계된 완도 지역 도로 침수 피해는 20여건에 달한다. 이 밖에 제주와 목포 등에서는 주택 42동이 침수됐고 5동이 파손됐다.
하늘길과 바닷길도 곳곳이 막혔다. 제주공항과 김해공항 등에서 항공기 680편이 결항했고 부산∼제주 등 69개 항로에서 여객선 110척의 발이 묶였다.
미탁은 이날 오후10시 목포에 상륙해 남부지방을 관통했으며 개천절인 3일 낮 경북 영덕 부근을 지나 동해안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태풍의 영향으로 이 날 밤 많은 비가 내린 대구·경북지역은 정전과 침수사태가 발생했다. 중형급 태풍인 미탁은 제17호 태풍 ‘타파’와 세력이 비슷하거나 약하겠지만 남해안에 직접 상륙하는 만큼 영향력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태풍에 동반된 비구름대로 인해 지리산 부근에는 2일 밤사이 최대 300㎜ 물폭탄이 쏟아졌다. 동해안에는 3일까지 최고 500㎜의 물폭탄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9월 우리나라에는 3일에 한 번꼴로 비가 온 것으로 나타났다. 따뜻하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이례적으로 우리나라 부근까지 확장하면서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와 만나 정체전선을 형성해 비가 잦았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태풍도 9월에만 6개가 발생해 이 중 3개(링링·타파·미탁)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줬다. 이는 기상업무를 시작한 1904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