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백브리핑] '보드카의 나라' 러시아, 술소비 절반 가까이 '뚝'

세계에서 술을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로 꼽히던 러시아에서 술 소비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BBC방송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알코올 정책 영향 사례 연구:러시아연방의 알코올 통제 조치가 사망률과 수명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인용해 최근 13년 새 러시아의 술 소비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2016년까지 러시아의 1인당 술 소비는 무려 43%나 감소했다. 술 소비가 줄면서 1990년대 초반 57세에 불과했던 남성 기대수명은 2018년 68세로 크게 늘었다. 보고서는 “술 소비는 러시아에서 사망률을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여겨졌다”며 “특히 경제활동인구인 남성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현저한 감소 이유는


광고 제한·주류세 인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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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음주와의 전쟁’ 효과

러시아의 술 소비가 급격히 감소한 것은 정부의 규제 때문이다. 2011년 대통령이었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현 총리는 러시아인의 과도한 음주문화를 ‘국가적 재앙’으로 규정하고 음주와의 전쟁에 나섰다. 술 소비 감소를 위해 정부는 광고 제한, 주류세 인상 등 강력한 규제안을 내놓았다. 술에 대한 접근 자체를 줄이기 위한 조치도 마련했다. 술을 술집 등에서만 살 수 있도록 했고, 주류 판매 시간도 오전8시부터 오후11시까지로 제한했다. 아울러 과거에는 ‘음료’로 분류되던 맥주를 공식적으로 ‘술’ 영역에 포함하기도 했다.

WHO의 벤테 미켈센 박사는 “러시아에서 시행된 것처럼 근거에 기초한 정부의 정책 개입은 비감염성 질환으로 인한 질병과 사망의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중산층 확장과 건강한 생활을 추구하려는 일반 시민들의 의식변화도 술 소비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가난한 지역사회에서는 집에서 만든 술을 마시는 등 음주문화가 여전하다고 BBC는 밝혔다.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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