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강타한 제18호 태풍 ‘미탁’으로 8명이 죽거나 다치고 2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남해안과 동해안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며 열차가 탈선하고 주택이 침수되는 사고가 이어졌다. 부산에서는 산사태로 일가족 3명을 포함한 4명이 매몰된 것으로 추정되는 등 태풍 피해가 커지고 있다.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까지 집계된 사망자는 모두 4명이다.
이날 0시12분께 경북 포항시 흥해읍에서 배수로를 손보던 72세 여성이 급류에 빠져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오전 1시께 강원 삼척시에서는 집중호우로 무너져내린 토사에 주택 벽이 쓰러지면서 안방에서 자던 77세 여성이 숨졌다. 비슷한 시각 경북 영덕군에서도 토사 붕괴에 따른 주택 파손으로 59세 여성이 매몰돼 사망했다. 앞서 전날 오후 9시께는 경북 성주군에서 농수로 물빠짐 작업을 하던 76세 남성이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경북 포항시 북구 기북면에서는 주택 붕괴로 부부가 매몰됐다. 아내 A(69)씨는 구조됐으나 남편 B(72)씨는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 포항시 북구 청하면 유계리 계곡에서 승용차가 집중호우로 불어난 물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수색에 나선 소방당국은 차량을 발견했으나 운전자는 아직 찾지 못했다.
제주도에서는 주택이 파손되면서 3명이 다쳤고 경북에서도 1명이 부상했다. 제주도에서는 주택 침수·파손으로 10세대 3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등지에서는 주민 1,546명이 마을회관이나 면사무소 등으로 대피했다.
부산 사하구에서는 3일 오전 9시 5분께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인근 주택과 식당 2곳을 덮쳤다. 부산소방본부와 경찰은 주택에 3명, 식당에 1명 등 총 4명이 매몰된 것으로 추정하고 매몰자를 수색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4명 중 3명은 일가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공공시설 등 재산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완도와 제주, 목포 등에서는 주택 101동이 침수되고 5동이 파손됐다. 경북 봉화에서는 영동선 관광열차가 산사태로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승객들은 모두 대피했으며 코레일이 긴급 복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북·경남을 중심으로 14곳에서 도로 사면이 유실됐다. 제주에서는 학교 1곳의 지붕이 파손됐고 전남 완도군 완도읍 내 초·중학교와 중앙시장 등 13곳이 일시 침수됐다.
항공기 운항은 이날 6시 현재 모두 재개됐으나 여객선은 계속 발이 묶여 있다. 전날부터 부산∼제주 등 100개 항로에서 여객선 165척 운항이 통제되거나 결항했다.
미탁은 우리나라를 관통하면서 우리나라를 관통하면서 곳곳에 기록적인 ‘물 폭탄’을 퍼부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3일 경북 울진에 시간당 104.5㎜의 비가 내려 1971년 1월 이 지역에서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강원 동해에는 이날 시간당 67.4㎜의 비가 내려 1992년 5월 기상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주도 고산에도 전날 시간당 65.7㎜의 비가 내려 1988년 1월 기상 관측 이래 역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날 오후 9시 40분 전남 해남군에 상륙한 미탁은 밤사이 남부지방을 관통한 뒤 이날 오전 6시께 경북 울진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빠져나갔다. 경남, 부산, 울산, 경북, 대구, 강원 영동에 발효된 태풍 특보는 점차 해제될 예정이다.
기상청은 그러나 3일까지 강원 영동과 경북 동해안을 중심으로 강한 비바람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