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기사가 주차 문제로 고객과 말다툼을 벌인 뒤 고객을 음주운전으로 신고한 데 대해 헌법재판소가 허위신고 가능성이 크므로 다른 증거가 없다면 ‘무혐의’ 처분을 했어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4일 “음주운전 혐의로 검찰에서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A씨가 기소유예처분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난 2월 아파트 주차장에서 대리운전 기사가 주차해놓은 자신의 차량을 1m가량 운전한 혐의로 입건돼 검찰에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당시 그는 혈중알코올농도 0.061% 상태였다. 주차 문제로 A 씨와 말다툼을 한 대리운전 기사가 차를 주차해놓고 내린 뒤 휴대전화로 번호판등과 차폭등이 켜져 있던 A씨 차량의 뒷부분을 촬영해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이에 A 씨는 자신에게 앙심을 품은 대리운전 기사가 허위로 신고한 사건인데도 검찰이 무혐의 처분이 아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기소유예는 죄는 인정되나 범행 후 정황이나 범행 동기·수단 등을 참작해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고 선처하는 처분이다. 현행법상 기소유예는 형식상 불기소처분에 해당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유죄를 인정하는 것이어서 헌법소원을 통해 불복할 수 있도록 한다.
헌재는 “A씨의 음주운전 사실을 입증할 증거로는 대리운전 기사의 진술이 유일한데 대리운전 기사가 A씨에 대한 나쁜 감정으로 허위 신고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대리운전 기사의 진술은 선뜻 믿기 어렵고, A씨의 음주운전 사실을 인정할 다른 증거는 없다”고 봤다. 이어 헌재는 “음주운전의 증거가 신고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에는 신고자가 신고하게 된 경위, 신고자와 피신고자의 감정상태, 피신고자에게 음주운전을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등 진술의 신빙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