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에서 실시간급상승검색어(실검)를 올리고 의견을 개진하는 게 새 문화이고, 시위의 한 방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김종훈 민중당 의원)
“포털 검색어 순위가 인위적으로 조작되면 국민에게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고 자유민주주의에 심대한 위해를 미칩니다.”(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실검을 둘러싼 정치적 중립성 논란은 매년 빠지지 않는 국정감사 단골 주제다.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연 국정감사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실검을 두고 한쪽에서는 시민운동의 새로운 의사표현 채널이라고 이야기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여론을 조작하는 선전판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한다.
실검 서비스의 명칭은 인터넷 포털 업체별로 조금씩 다르다. 네이버는 ‘급상승 검색어’, 다음은 ‘실시간 이슈’로 명명하고 있다. 이름은 달라도 국내 포털들의 경우 그 운용 방식은 비슷하다. 그러다 보니 실검 순위 및 삭제 기준, 서비스 배경, 해외 사례, 알고리즘 공개 여부를 놓고 국내 포털들이 싸잡아 비판받거나, 거꾸로 지지를 받기도 한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한 진위를 가려본다.
☞ 정말 최다 검색횟수 순위?
특정키워드가 특정시간에 집중
큰 폭의 증가율 보이면 순위 변화
①실검은 최다 검색횟수 순위인가=실검을 둘러싼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바로 실검이 특정 시간에 검색횟수가 가장 많은 검색어 순위가 아니냐는 오해다. 단순히 검색량이 많다고 해서 순위가 올라가지는 않다. 네이버에 따르면 실검은 단위시간 동안 검색창으로 입력되는 검색어를 분석해 입력 횟수의 증가 비율이 가장 큰 검색어 순서대로 보여주는 서비스다. 달리기 경주에 비유하자면 절대 속도가 가장 빠른 선수가 아니라 가장 가속도가 높은 선수를 꼽는 식이다.
예를 들어 평소 거의 검색되지 않던 ‘조국 힘내세요’라는 키워드가 특정 시간에 1,000회 검색돼 1,000배의 증가율을 보였다면, 매일 1만회 검색되던 ‘서울 맛집’이라는 키워드가 같은 시간에 100만회 검색된 경우보다 실검 순위가 더 높을 수 있다. 네이버는 “급상승 검색어는 단위시간 동안 입력 횟수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검색어 순위를 집계해 제공하기 때문에 실제로 입력 횟수가 많은 ‘최다 검색어’와는 차이가 있다”고 검색어 고객센터 웹페이지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 실검 삭제될 수 있다?
‘임의 조정하지 않는다’ 운영 원칙
불법·범죄 등 내용땐 삭제 가능
②실검은 삭제될 수 있나=국내 포털 사이트는 검색어를 임의로 조정하지 않는 것을 서비스 운영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삭제는 쉽지 않다. 하지만 특정 경우에 한해 두 포털 사이트는 노출이 제외되는 검색어의 기준을 마련해두고 있다. 해당 검색어가 개인정보를 노출하거나 성인·음란성, 불법·범죄 등의 내용에 해당하는 경우다. 또는 욕설 등으로 서비스 품질을 저해하는 경우 등에 한해 검색어 실검 제외 조치를 취할 수 있다.
③실검 서비스는 한국에만 있나=김성태 의원은 “네이버도 구글처럼 실검 운영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구글도 실검을 제공하고 있고, 이는 우리나라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구글은 ‘구글 트렌드’를 통해 개인용컴퓨터(PC)와 모바일에서 일별·실시간 인기 급상승 검색어를 제공하고 있다. 구글에 따르면 일별 인기 급상승 검색어는 지난 24시간 동안의 모든 검색어 중 트래픽이 크게 증가한 검색어를 말하며, 이는 1시간마다 업데이트된다. 또 다른 포털 사이트인 ‘야후’에서도 PC 메인 페이지에서 ‘트렌딩 나우’라는 이름으로 네이버의 급상승 검색어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의 ‘바이두’도 PC와 모바일에서 실시간 핫스팟, 일간 핫스팟, 주간 핫스팟 등의 명칭으로 세분화해 공개하고 있다.
대중정보 등 공익역할도 있지만
‘포털 체류시간 늘리기용’ 지적도
④포털이 실검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실검은 사람들의 관심도가 높은 검색어를 알려주는 서비스로 일정 부분 공익적인 역할을 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 2일 여민수 카카오(035720) 공동대표는 “만약 태풍이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이것이 실검에 올라가면 국민 모두 위험을 인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실검은 연말정산이나 채용정보 등 일상생활에서 놓친 부분을 확인하게 하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검이 포털 이용자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실검은 화제성이 있는 키워드를 클릭하게 해 해당 사이트에 이용자가 더 오래 머무르게 하는 유인책이 될 수 있다. 온라인상에서 체류시간은 트래픽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포털의 광고 수익과 직결된다. 실검은 이용자들을 포털 사이트에 머무르게 하는 일종의 매개체인 셈이다.
⑤알고리즘 공개해야 하나=앞서 윤상직 한국당 의원은 “실검이 조작되지 않았다면 알고리즘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여 대표가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등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 공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하지만 알고리즘을 공개했을 경우 악용될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 대표도 공개를 고려하겠다고는 했지만 “클릭 수와 검색어 등 알고리즘을 일반에 공개하면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특정 시점에 어느 정도의 검색어 비율을 올리면 되는지를 알려주게 되면 이를 그대로 실행에 옮겨 제대로 된 트렌드 흐름을 알려주는 현상을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