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이젠 대북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 실무협상에서 미국의 제안을 걷어찼다.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7개월 만에 재개된 이번 협상에서 북한은 “미국이 빈손으로 협상에 나왔다, 우리가 요구한 계산법을 하나도 들고 나오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북한의 이런 터무니없는 반응과 달리 미국은 기존 입장에서 대폭 양보한 제안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제안에는 ‘영변 핵 폐기 플러스 알파’ 등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연락사무소 개설 등의 안전보장 조치와 일부 수출제재 유예 등의 제재완화 방안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기는커녕 하노이 회담 때보다 더 후퇴한 모습을 보였다. 북한 협상대표인 김명길 순회대사는 협상결렬 성명에서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지 등 그동안 북한이 취한 조치를 나열하며 “이런 조치에 미국이 성의 있게 화답해야 다음 단계인 비핵화 조치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영변 핵 폐기를 내건 하노이 회담 때보다 뒷걸음질한 것으로 이번 협상에서 줄 것은 없고 받기만 하겠다는 태도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자신의 재선을 위해 북한 비핵화 협상을 서두를 것으로 내다보고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내려는 것 아닌가.


돌이켜보면 북한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비핵화 협상에서 줄곧 이런 식이었다. 비핵화를 할 것처럼 말만 하며 그전에 안전보장과 제재완화 조치부터 내놓으라는 식이었다. 북한이 이런 술수를 계속 부린다면 비핵화 협상은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는 북한의 억지 주장을 지적하기보다는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을 개최하자며 유화 제스처나 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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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북한은 이제 육지를 벗어나 바다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쏘아대며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굳건한 한미동맹의 토대 위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끌어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 평화 타령은 그때 가서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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