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우리나라만의 고민이 아니다. 검찰권을 견제하기 위한 방식 역시 국가별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검찰권을 경찰이나 판사와 나눠 가지거나, 검찰의 결정을 견제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는 두 가지 형태로 크게 나뉜다. 수사와 기소 기능을 분리하고 있는 미국은 검사장을 직선제로 뽑고, 일본은 검찰의 결정에 시민사회가 개입할 수 있는 절차를 보장한다. 검찰제도의 원조 격인 프랑스에서도 검찰의 정치 수사를 견제하기 위한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절치부심’은 현재진행형이다. 프랑스 검찰은 사법부에 속해 법원의 강력한 통제를 받는다.
검찰제도의 출발점인 프랑스의 경우 형사사법 절차에서 판사가 검사를 견제할 권한을 가진다. 정치 권력에서 독립된 사법부 소속인 법원이 수사와 재판을 모두 관장하는 형태다. 법무부 장관은 사법행정권을 통해 사법관(판·검사)을 통제한다. 프랑스 검찰은 법무부의 외청으로서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우리 검찰과 달리 각 법원에 부치돼 있는 형태다. 중요 수사 역시 검찰이 아닌 ‘수사판사’의 영역이다. 중요 사건이 발생하면 검사는 지방법원 소속 수사판사에게 수사개시 ‘청구서’를 제출한다. 판사는 경찰 위임을 통해 심문·압수수색·통신조회 등의 수사 활동을 하고 기소 여부 역시 결정한다. 검사는 공소장을 작성하고 공소유지를 책임지는 역할을 맡는다.
최근 법무부 장관이 아닌 대통령이 추천한 인사로 선임된 파리 검사장이 마크롱 정부의 비리 스캔들을 보도한 독립언론사와 거물급 정치인들을 줄줄이 수사 선상에 올리면서 정치적 중립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검찰이 독립적으로 검찰권을 휘둘러 생긴 문제라기보다는 사법부와 엘리제궁(대통령)의 갈등 구도가 표출된 것에 가깝다.
미국은 국가검찰은 대통령이 임명하되 지역검찰은 주민들의 선출하는 ‘자치검찰제’를 시행하고 있다. 전체 형사사건의 95%를 처리하는 각 주 검사장을 직선해 검찰 권력을 견제하는 동시에 검찰조직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했던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미국처럼 자치검찰제를 전제로 한 검사장직선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경찰과 검찰이 수사와 기소 기능을 나눠 가져 ‘대등한 협력관계’로 상호협력하는 형태다. 모든 증거가 법정에 ‘직접’ 제출돼야 해 검사가 증인이나 피의자를 직접 불러 조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일본은 검찰심사회를 통해 민의를 검찰의 공소권 행사에 반영한다. 검찰 불기소 결정의 적절성을 법률 전문가인 국민 11명으로 구성된 심사회에서 판단한다. 고소사건뿐 아니라 고발사건, 인지사건 불기소 처분에 대해서도 피해자 신청이나 직권으로 심사가 가능하다. 이와 더불어 검찰관과 사법경찰직원이 독립된 조사기관이자 상호협력 관계로 규정돼 있다. 경찰은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 직접 청구해 수사를 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 검찰의 경우 수사개시-수사-종결 및 기소 여부 결정으로 이어지는 검찰권 행사 단계에서 사실상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는다. 인지수사의 경우 수사에 착수하는 단계에서 경찰의 견제를 받지도 않고, 기소·불기소 결정 역시 철저한 재량에 맡겨져 있다. 일본처럼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 항고·재항고하거나 법원에 재정신청을 시도할 수 있으나 이로 인해 수사가 재개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지난해 기준 98%의 재항고는 기각·각하됐고,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지는 비율은 0.5%에 불과했다. 이에 수사·기소 기능을 분리하고, 검찰의 처분을 실효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