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순수 예술 작가에 힘 되는 브랜드 될래요"

청년 창업 성공사례 떠오른 하가희 'Hagahi' 대표

다섯 평 남짓 작은 쇼룸서 시작

신세계·갤러리아百에도 입점

코트라·벤처투자사 등 큰 도움

순수 예술 아티스트와 협업 계속

하가희 디자이너가 7일 서울 중구 무신사스튜디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기자



“순수예술 작가에게 힘이 되는 브랜드가 돼야죠.”

최근 국내 유명 백화점에 성공적으로 진입해 청년 창업의 성공사례로 부상한 여성 브랜드 ‘Hagahi’의 하가희 대표가 7일 서울 현대시티아울렛 무신사스튜디오 공유오피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순수예술 작가와의 협업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하 대표는 패션이 아닌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본인 이름의 브랜드를 출시해 기초를 쌓은 후 한국으로 돌아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청년 창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다섯 평 남짓의 협소한 공간, 쇼룸도 없이 책상 옆 행거 하나에 다닥다닥 원피스와 재킷을 걸어놓은 사무실이지만 그는 이곳을 기반으로 청년 패션 창업자로는 드물게 신세계·갤러리아 등 국내 유명 백화점에 입점하는 데 성공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 대표의 꿈은 순수예술을 하는 작가들과의 협업이다. 이미 ‘Hagahi’의 제품에는 동료 아티스트들의 조형물 등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것도 많다. 그는 “보다 많은 아티스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며 “대학 때 파인아트 전공자로서 유학 시절 받은 영감을 디자인에 많이 적용하는데 요즘 한국 미술 시장이 죽어서 아쉽다. 우리 브랜드가 더 힘이 생기고 단단해져서 작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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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파인아트를 전공하고 파슨스디자인스쿨을 다니면서 가난한 작가들의 삶을 수없이 지켜본 경험은 “궁핍한 삶이 두렵지 않았다”고 할 만큼 하 대표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하 대표는 “본인만의 ‘에고(ego)’가 있는 사람들은 회사에 가서 적응하기 어렵다”며 “저도 제가 만들고 싶은 옷을 만들기 위해 창업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하 대표의 브랜드 철학은 단순 명료하다. ‘누가 봐도 예쁜 옷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Hagahi’ 제품 대다수는 여성스러움이 강조된 ‘샤랄라’한 실크 소재 원피스다. 그는 “실크 소재에 저희가 직접 디자인한 프린팅과 자수가 들어간 것이 특징”이라며 “‘여자여자’한 느낌이 강해 20대처럼 보이고 싶은 30대, 30대처럼 보이고 싶은 40대가 주 고객층”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시작한 ‘Hagahi’가 국내 신세계·갤러리아백화점 입점 등 자리를 잡기까지 여러 곳에서 크고 작은 도움들을 받았다. 다이텍연구원, 창업선도대학, KOTRA 해외전시 지원,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그리고 콘텐츠진흥원 시제품 제작 지원과 벤처투자로부터 초기 자본 지원을 받기도 했다. 하 대표는 “한국의 투자지원제도는 정말 다양하고 잘돼 있는 편”이라면서도 “진입장벽이 더 낮았으면 K패션의 글로벌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지원이 단순한 성공 가능성만이 아니라 브랜드의 철학이나 가치까지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 대표는 “정부와 지자체에서 여러 멘토링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패션 전문가가 아닌 스타트업 전문가가 대다수였다”며 “패션 창업이 늘고 있는 만큼 패션 전문가들 역시 멘토링단에 포함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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