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위기의 알뜰폰...가입자 두달째 내리막

올 20만 이탈 800만명선 '흔들'

KB금융 진출도 '기대半 걱정半'

중소업계 "대형사 쏠림 심화할것"




가상 이동통신망 사업자(MVNO·알뜰폰) 가입 고객 수가 사상 처음으로 2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으며 알뜰폰 업계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달에는 ‘대어급’ KB국민은행의 시장 진출을 놓고 알뜰폰 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와 중소업계를 중심으로 고객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7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알뜰폰 가입회선 수는 전월 말 대비 3만6,740명 감소한 803만7명으로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 2월 월간 기준 서비스개시 최초로 역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2개월 연속 가입자가 줄어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알뜰폰 가입자는 지난해 말 798만9,453명에서 올해 4월 간신히 810만2,482명까지 늘었지만, 하방 압력을 받으며 800만명선을 내줄 위기에 놓였다.

알뜰폰 산업의 균열은 지난해 중반부터 본격화했다. 2018년 5월 번호이동시장에서 알뜰폰→이동통신(MNO) 수가 이동통신(MNO)→알뜰폰 수를 처음으로 뛰어넘는 9,149명을 기록한 뒤 연간 순증 기준으로 12만7,851명이 알뜰폰에서 다시 MNO로 돌아왔다. 올해에는 9개월간 무려 19만4,128명이 알뜰폰 시장을 떠났다.


이용자들이 알뜰폰 시장을 대거 이탈한 이유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통3사의 선택약정 할인 폭 확대와 3만원 초반대 요금제 출시에 따른 알뜰폰의 가격 경쟁력 후퇴를 우선으로 꼽는다. 여기에 알뜰폰은 소외된 5세대(5G) 상용화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기사



알뜰폰 산업에 그늘이 짙어지는 가운데 이달 중 신규 사업자로 나서는 KB국민은행의 ‘리브M’이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를 두고 업계 내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알뜰폰 산업 전체를 놓고 볼 때는 호재라는 반응이 우세하다. 알뜰폰의 ‘저가’ 이미지를 개선하면서 ‘리브M’이 금융과 통신 간 결합을 통해 편리한 은행업무 처리 등 새로운 가치를 내놓으면 다른 산업군과 통신과의 결합 등을 촉발하며 정체된 시장에 역동성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대형 사업자가 등장해 이통사와의 망 도매대가 협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과 알뜰폰에서 이통사로의 이동이 멎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반면 중소업계는 KB국민은행이라는 만만치 않은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으로 산토끼는커녕 집토끼를 지키기도 어려울 수 있다는 비관론도 제기된다. 알뜰폰 내 대형사 중심으로 가입자 쏠림 현상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 알뜰폰 내 번호이동은 2017년 월 평균 3만2,736건에서 지난해 3만6,285건, 올해 9월까지 3만7,023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이통사에서 알뜰폰으로의 진입은 없고 알뜰폰 내 사업자 변경만 많은 셈인데 KB국민은행이 이런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소업계의 한 관계자는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밖으로는 이통사, 안으로는 대형 알뜰폰업체와 경쟁이 점점 심해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알뜰폰 산업 전반의 위축 속에 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활성화 대책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통사가 저가 요금제를 내놓을 때마다 산업 전반이 휘청인다”며 “이통3사 견제 기능을 강화하려면 새로운 요금제도 바로 알뜰폰에 제공하는 등 근본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진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