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백브리핑] "곡물판 OPEC 세우자" 러, 국제사회에 제안

러시아가 곡물판 석유수출국기구(OPEC) 창설을 제안하고 나섰다.

6일(현지시간) 현지 통신인 인테르팍스에 따르면 알렉세이 고르데예프 러시아 농업 담당 부총리는 전날 독일 쾰른에서 율리아 클뢰크너 독일 식품농업장관과 만나 세계 곡물수출국들이 OPEC과 같은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르데예프 부총리는 지난 2009년까지 10년간 농업장관을 지낸 전문가로 지난해 부총리에 오른 뒤 국제무대에서 이 같은 구상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우크라이나 등 주변국 위주의 기구 창설을 주장했지만 최근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유럽연합(EU)과 미국·캐나다·아르헨티나 등까지 포함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고르데예프 부총리는 내년 1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그린위크에서 더 많은 농업장관들과 국제협력을 논의할 계획이다.

■‘카르텔’ 추진 이유는

제재 둘러싸인 러에 주요 수출품


식량무기화로 이익 극대화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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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규정에 현실화 쉽잖을 듯

러시아가 곡물판 OPEC 창설을 제안한 것은 식량을 무기화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 세계에서 밀 수출 규모가 가장 큰 러시아가 다른 주요 곡물수출국과 국제기구를 만들어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하면 곡물 가격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대내적으로도 곡물 가격을 통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4월 국영기업을 비롯한 현지 주요 곡물수출 업체가 참여한 곡물수출협회가 출범해 러시아 정부가 곡물무역 통제를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국제사회로부터 각종 경제제재를 받는 러시아에서 곡물수출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것도 이 같은 구상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기준 260억달러(약 31조1,200억원)인 농산물 수출 규모를 오는 2024년까지 450억달러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러시아의 곡물판 OPEC 구상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세계무역기구(WTO)가 회원국들이 다른 회원국을 차별하는 방식으로 수출입에 간섭하는 것을 막도록 하고 있어서다. 러시아는 2012년 WTO에 가입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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