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공수처, 임명권자 대통령 뜻따라 칼 휘두르면 막을 방도 없어

[검찰개혁 정치적 중립이 핵심이다-하]

■검찰개혁안 문제점은

여야4당 합의 법안, 국무총리·대법관 수사 등 막강 권한

후보추천위는 7명 중 4명이 대통령·與 몫…중립성에 의문

"통제 안받는 '괴물' 우려…檢 조직문화 개선에 집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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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현재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고 있죠. 그런데 검찰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집회하는 사람들이 외치는 것은 ‘조국 수호’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입니다. 만약 더불어민주당 뜻대로, 대통령 뜻대로 공수처가 시행됐다면 검찰은 그 사건을 대통령이 임명한 공수처장에게 넘겨야 합니다.” (지난 7일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

이처럼 야당 등 보수 진영은 현재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에 올라 있는 공수처 설치법이 통과되면 고위공직자 수사가 정권 외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여당 안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견제도 거치지 않고 사실상 현직 대통령과 여당이 공수처장을 임명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여당 성향의 공수처장이 반대 세력에 대해 정치탄압용 칼날을 휘두를 경우 막아낼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았던 검찰의 폐해를 대신할 ‘만능열쇠’가 아니라 국민의 통제도 받지 않는 새로운 ‘괴물’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검찰개혁 논의에서 공수처 설치법은 문재인 정부는 물론 윤석열 검찰총장도 별다른 이견이 없는 사안 중 하나다. 윤 총장은 최근 대규모 서초동 집회 직후 “검찰개혁을 위한 국민의 뜻과 국회의 결정을 충실히 받들고 그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공수처 설치 등 국회에서 처리하는 검찰개혁 법안에 대해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문제는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인적 구성과 법적 권한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검찰이 그동안 정치권력에 휘둘렸던 상황이 공수처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공수처 설치법안은 백혜련 민주당 의원 발의안과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 발의안 두 가지다. 두 법안 모두 후보추천위원회가 올린 2명 중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는 방식이다. 백 의원 안은 3년 단임제, 권 의원 안은 2년 재임 후 1년을 중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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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합의했던 백 의원 안에 따르면 공수처는 대통령, 국회의원,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 소장 및 재판관, 국무총리, 판사 및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등 전·현직 고위 공직자를 수사할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후보추천위는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됐던 정당의 교섭단체가 추천한 2인 △기타 교섭단체 추천 2인 등 7명으로 구성된다. 대통령과 여당이 최소한 4명을 챙기는 구조로 정치적 중립성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더구나 임명 단계에서 야당 추천위원 2인이 ‘비토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임명 이후의 통제는 ‘무주공산’에 가깝다. 무엇보다 공수처장 후보자가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 권 의원 안과 달리 백 의원 안은 대통령의 지명을 받은 자가 청문회만 거치면 사실상 직권으로 임명 가능한 구조다. 최악의 경우 대통령이 고른 공수처장이 정권의 의중을 따라 3년간 특정한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을 휘두르거나 반대로 ‘봐주기’ 수사를 한다고 해도 이를 견제할 방도가 없다. 공수처장이 친(親)정권 인사가 아니라고 해도 그 이후 수사에 있어 자신이 임명된 정치적 배경을 고려하는 것까지 막을 방법이 없다는 의미다. 공수처장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지 않는 한 그 직위를 보장받도록 규정되며 이는 검찰총장의 임기 2년을 능가한다. 탄핵 등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견제할 수단이 없는 구조다.

당초 논의와 달리 공수처 기소 대상에서 대통령 친·인척, 국회의원 등 ‘핵심’ 고위공직자들이 제외되면서 공수처 법안이 ‘반쪽’에 그쳤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여야 4당은 공수처 법안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대상을 대법원장·대법관, 검찰총장,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이 재직 중 본인 또는 가족이 범한 범죄로 한정했다. 수사 대상은 대통령 친·인척을 포함해 7,000여명 규모지만 직접 기소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는 5,100여명으로 제한된 셈이다. “대통령 친·인척이나 주변 권력을 견제하는 기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초 구상과도 멀어진 모습이다.

결국 중립성·투명성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공수처는 ‘옥상옥’으로 전락하는 동시에 지금의 검찰보다 더 정치적인 수사기구로 변질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는 어떠한 형태로 만들더라도 검찰을 견제·축소하고 고위공직자에 대한 중립적인 수사를 한다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문제는 새로운 제도나 조직에 의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그 조직을 구성하는 사람과 문화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하나의 검찰’로 전락할 공수처를 신설하기보다는 정치적 성향이 강한 검사를 조직에서 지속적으로 배제하며 검찰 자체의 조직문화를 개선해나가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권력기관 설립은 검찰 견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오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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