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보증을 받은 아파트 단지가 지방자치단체의 벽에 가로막혀 분양 일정이 미뤄졌다. 중앙정부에 이어 지자체도 분양가 통제에 나섰다는 평가다. 사업 허가권을 가진 지자체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공급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경기도 고양시 능곡1구역 재개발 조합은 고양시청으로부터 입주자 모집공고를 최종 불승인 통보받았다. 지난달 26일 분양 공고 승인을 신청했지만, 5일간 시의 검토 끝에 분양 일정이 기약 없이 미뤄진 것이다. 쟁점은 분양가다. 조합은 HUG로부터 주택분양보증서를 발급받은 3.3㎡당 평균 분양가를 1,850만 원에 분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고양시는 지난 6월 한국감정원에 의뢰한 ‘고양시 뉴타운 사업성 검증 용역’ 기준 분양가 3.3㎡당 1,608만 원을 내세웠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시가 분양 공고 승인을 반려한 것이다. 고양시는 “승인권의 의미에는 시민의 주거생활 안정과 투기를 억제하고 건전한 주택시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불승인 사유를 밝혔다. 반면 조합은 HUG가 보증한 분양가를 시가 인정하지 않으니 억울하다는 견해다. 현재 조합은 HUG의 분양가를 기준으로 산출 근거를 정리해 금주 내 시에 제출한 후 다시 분양 공고를 신청할 예정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도 지자체가 발목을 잡고 있다. 북위례의 경우, 지난 7월 호반써밋 송파 1·2차가 송파구 분양가심의위로부터 재심의 결정이 난 후 석 달간 답보 상태다. 송파구 측은 송파 위례 리슈빌 퍼스트클래스의 3.3㎡당 분양가 2,179만원 수준을 요구하고 있어 조합과 견해차가 크다. 하남시에 속하는 위례 우미린 2차도 아직 심의 일정을 잡지 못해 연말로 분양이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과천지식정보타운은 지난 7월 푸르지오 벨라르테가 3.3㎡당 평균 2,205만 원으로 과천시 분양가심사위가 분양가를 결정했지만, 현재 임대 후 분양 방식을 고심 중이다. 건설사 측이 제시한 2,600만 원과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과천제이드자이도 지난 5월에서 10월로 분양 일정이 연기됐지만, 다시 11월로 밀린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끌어내리려는 분양가에 맞추지 못하면 심의 개최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이 같은 분양가 통제는 앞으로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가 지방자치단체의 분양가심사위원회 위원 명단과 회의록을 의무 공개하도록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분양가심사위원회는 위원회 구성원이 누구인지, 어떤 의견을 냈는지 등을 외부에 공개해야 한다. 지자체와 분양가심사위원회 입장에서는 민원 발생을 줄이기 위해 가격 등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분양가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상황이어서 지자체 입장에서도 분양가를 최대한 낮추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자체의 분양가 통제가 공급 지연 등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무작정 분양가를 끌어내리겠다고 하면 공급 측면에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지자체가 분양가에서 영업비용이나 운영비를 일부 인정하는 등 합리적인 사업 진행을 해야 정비사업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