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열리는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하루 앞두고 미국이 이번에는 환율협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포괄합의를 바탕으로 조기 성과를 내려는 의도인데 ‘스몰딜’을 원하는 중국과 접점을 찾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신장위구르 문제와 홍콩 시위가 막판 변수로 떠오르면서 무역합의에 대한 전반적인 기대감은 낮아지고 있다.
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올 초 중국과 합의한 환율협정을 부분합의 성과로 내세우고 오는 15일로 예정된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 추가 관세 인상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월 미국은 비공개로 중국과 환율시장 투명성 제고에 대한 개략적인 합의를 이뤘다. 하지만 5월 들어 무역협상이 결렬됐고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미국과 중국의 합의 조항은 20개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USMCA에는 환율시장 개입금지 조항이 들어가 있다. 블룸버그는 “환율협상은 백악관이 대(對)중국 무역합의의 첫 단계로 생각하는 것”이라며 “(환율협정 이후) 지식재산권과 기술이전 같은 핵심 이슈가 논의될 수 있다”고 전했다.
환율협정에 대한 미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협상 전망은 밝지 않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관리의 말을 인용해 “고위급 협상이 교착상태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이 위구르 문제로 중국의 28개 기관을 블랙리스트로 지정한 것이 협상에 부정적이었다”고 보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실무협상이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다”며 고위급 협상이 당초 예정된 10~11일이 아닌 10일 하루만 열릴 가능성을 제기했다. 중국이 반중단체 미국인에 대한 비자발급 제한을 검토 중이고 홍콩 시위 지지발언의 여파로 NBA 후원 중국 기업 13곳 가운데 11곳이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한 것도 부담이다.
현재 중국은 미국의 핵심 요구사항인 기술이전과 보조금 문제를 제외하고 미국산 농산물 추가 구매와 관세부과 연기를 연계하는 스몰딜을 원하고 있다. 추가로 화웨이의 지속적인 영업이 가능한 수준의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 접근방식은 다르지만 조기 성과를 원하는 트럼프 정부의 이해와 어느 정도 맞아떨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중국 간판 통신기술 업체인 화웨이에 대한 수출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안보에 민감하지 않은 물품에 한해 화웨이에 내려진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면허를 선택된 소수의 미국 기업들에 주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방안이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실제 카드로 사용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이번 합의가 불발되면 다음달 칠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또 다른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