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독일의 전동 스쿠터(킥보드) 공유 스타트업 업체인 티어는 7일(현지시간) 6,000만달러(약 716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지난해 회사 설립과 동시에 대규모 투자금을 모으며 12개국 40개 이상 도시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했던 티어가 이번에도 자금 유치를 성사시키자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글로벌 전동 킥보드 공유 시장의 가능성에 더욱 높은 점수를 줬다.
실제로 아부다비 국부펀드인 무바달라인베스트먼트캐피털과 영국 챌린저뱅크(소규모 특화은행) 몬조의 투자사 굿워터캐피털 등 많은 대형투자사들이 티어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티어는 이번 투자금을 기반으로 전동 스쿠터 모듈화에 착수해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마이크로 모빌리티 서비스’로 불리는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는 본고장인 미국을 넘어 최근 유럽에서 이동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도로가 좁고 교통체증이 심한 유럽 도심 지역에서 대안으로 등장한 전동 킥보드가 환경보호 이슈와 맞물리며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가치를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은 디젤게이트(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사건) 이후 친환경 교통수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각 도시의 공해저감 정책과 맞물려 전동 킥보드 이용이 더욱 활성화되는 추세다.
파리시가 공해저감 정책의 일환으로 전동 킥보드 구매 시 일정 금액의 보조금을 지원하며 적극 장려하자 지난 한해 동안 프랑스에서만도 23만3,000대의 전동식 킥보드가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공유 서비스가 경쟁적으로 도입되면서 파리시에서만도 라임과 버드 등 전동 킥보드 공유회사의 킥보드 2만여대가 운행되는 것으로 나타났고, 올해 말까지 4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의 본고장인 독일에서도 지난 5월 연방 교통디지털인프라부(BMVI)의 안드레아스 쇼이어 장관이 “전동 킥보드가 친환경 근거리 교통수단으로서 잠재력이 크며 자동차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히며 전동 킥보드 주행을 합법화했다. 티어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무바달라 측도 “우리는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유럽에서 하나의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주요 선진국들은 공유 전동 킥보드를 도시 교통문제를 해결할 수단으로 인정하면서 지속가능한 도시교통 체계 구축에 기여하도록 관련 규정 마련에 박차를 가하는 등 발 빠르게 제도권 으로 편입하고 있다.
실제로 2017년 세계 최초로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를 선보인 캘리포니아의 샌타모니카를 비롯해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대도시에서는 킥보드 시범운영 업체를 선정해 1년간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한 뒤 공공의 이익에 맞는 새로운 규제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박종일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미국 내 도시들의 실험은 안전 측면에 초점을 맞춘 규제 위주보다 도시민의 이동성 향상과 공유 전동 킥보드 산업의 체계적인 성장 방향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 국가 중 전동 킥보드가 가장 활성화된 프랑스 역시 단기간에 시장이 성장하면서 나타난 교통사고 등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헬멧 착용과 제한속도 제정 등의 법령을 담은 ‘이동성 지침 법률안(LOM)’을 이르면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파브리스 퓌를랑 프랑스 마이크로모빌리티산업연맹(FP2M) 대표는 “마이크로 모빌리티 열풍이 안전문제 등 부작용을 만들었지만 현재 제정되는 새로운 규제 법안은 마이크로 모빌리티 기기가 도시 교통사업의 하나로 정착되도록 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올해 초까지 전동 킥보드를 허용하지 않았던 독일은 5월 전동 킥보드 합법화 선언과 동시에 관련 법안도 승인하면서 전동 킥보드를 기존 교통체계에 곧바로 편입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