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글로벌아이]경기둔화에 씀씀이 줄여...中, 국경절 연휴 관광소비 증가율 반토막

■휘청거리는 中 관광산업

당국, 고속道 요금면제 등 불구

관광 기반시설 여전히 열악하고

주민 이동통제도 더 깐깐해져

중국인 올 국경절 연휴에 쓴 돈

109조원으로 8.5% 증가 그쳐




세계 최대의 석불이라고 중국이 자랑하는 쓰촨성 러산시 낙산대불의 올해 국경절 관람객 숫자가 지난해보다 줄었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지난 10월1~7일 국경절 연휴 동안 낙산대불을 관람한 인원은 20만1,000명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36% 감소했다. 매표 수입도 1,347만위안으로 14.07%나 줄었다. 높이 71m로 세계 최대 석불인 낙산대불을 보려는 관람객은 매년 1만~2만명씩 늘었지만 올해는 역성장한 것이다. 관리소 측은 “관람 편의를 위해 하루 출입인원을 제한했다”고 해명했지만 업계에서는 노후한 시설에 대한 관람객들의 불만에 커지면서 밀어넣기식 관광산업이 어려움에 봉착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중점 분야로 삼고 있는 관광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고질적인 관광 기반시설 부족에 최근 경기둔화에 따른 소비심리 악화까지 겹치며 중국의 대표적 관광 시즌인 국경절 연휴 기간의 관광소비 증가율이 매년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문화여유(관광)부에 따르면 지난 국경절 연휴 기간에 중국인들이 국내여행에 쓴 돈은 6,497억위안(약 109조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8.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기간 관광소비 증가율은 2015년 17.9%를 기록한 데서 4년 만인 올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국내 관광지를 찾은 인원도 약 7억8,200만명으로, 7.8%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당초 문화여유부는 올해 국경절 연휴에 10% 이상의 관광소비 증가율을 목표로 삼았지만 실패한 것이다.

우려할 만한 점은 관광객의 소비 수준이다. 올해 국경절 연휴 기간에 관광객(유커)은 1인당 831위안(약 14만원)을 소비했는데 이는 지난해 825위안에 비해 겨우 0.7%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중국 소비자물가가 3%가량 올랐다는 것을 감안하면 소비 수준은 오히려 축소된 셈이다.

중국 당국이 관광소비 촉진을 위해 유명 관광지 입장료 할인과 고속도로 요금 면제 등의 정책을 내걸었으나 효과가 크지 않았던 것이다. 중국의 경기지표가 상당 부분 과대 포장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실제 성장률은 더 낮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중국 내 매체 보도를 보면 관광지마다 인산인해를 이루던 과거 모습과는 달라진 것을 알 수 있다. 한때 무한시장으로 여겨졌던 중국 관광업계가 휘청거리고 있는 셈이다.


보통은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경계로 관광산업이 급성장한다고 보지만 중국의 경우 오히려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미국 CNBC는 “중국의 경제성장이 최근 소비에 크게 의존하면서 국경절 연휴 자료가 중국 소비 트렌드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는데 이 기간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팅 루 노무라증권 중국담당 이코노미스트의 발언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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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업계도 지난 연휴 관광소비가 최근 경기둔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데 동의하는 분위기다. 8월 중국 소매판매 증가율은 7.5%에 그치면서 중국 정부가 올해 목표로 한 8%선을 지키는 데 실패했다. 곧 끝날 것으로 여겨졌던 무역전쟁이 1년여간 계속되면서 소비심리를 악화시킨 탓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충격으로 주요 불요불급한 소비가 줄고 있는 추세다. 중국 내 자동차 판매는 8월 전년 동기 대비 7.7%나 감소하며 지난해부터 2년째 ‘후진’ 중이다.

전반적인 경기둔화와 함께 여전히 부족한 관광시설도 관광에 장애물이다. 중국 정부는 ‘화장실 혁명’이라는 이름 아래 전국 관광지 화장실을 개보수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실제 현장 상황은 여전히 열악하다. 낙산대불처럼 대부분 관광지의 주요 시설이 노후화되는 가운데 관광객들이 특정 지역에 많이 몰리는 것도 문제다. 베이징만 해도 그나마 괜찮은 관광지는 손에 꼽을 정도인데 인구비례로 따져도 주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시진핑 정부 들어 더욱 깐깐해진 주민 이동통제도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기차나 장거리 버스를 탈 때 일일이 신분증을 확인하고 호텔 투숙 때도 실제 투숙인원을 별도의 직원이 점검하고 있다.

그나마 관광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중국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이 버팀목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정부 부처 가운데 기존 ‘문화부’와 ‘여유국’을 합쳐 ‘문화여유부’로 개편했다. 관광 분야만 보자면 ‘청장급’인 여유국이 ‘장관급’으로 격상한 셈이다. 당국은 ‘문화관광’이라는 이름으로 중국 내 관광자원 발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전국의 국립박물관 입장을 무료로 개방한 데 이어 관광지의 야간개장을 늘리고 도심의 상업시설 야간영업도 장려하고 있다. 노동절 휴무를 1일에서 4일로 늘리는 등 휴무일 확대 조치도 취했다.

이러한 당국과 공산당 지도부의 노력으로 70주년 국경절을 맞아 홍색관광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홍색관광은 옌안·징강산 등 과거 혁명 유적지를 중심으로 한 관광을 뜻한다. 당국은 오는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겨울 스포츠 활성화를 독려하고 있다. TV 방송에는 여행 관련 프로그램이 쏟아지고 있으며 시청률도 높은 편이다.

다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 관광산업의 한계는 점점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걸핏하면 터져 나오는 ‘유커의 무기화’는 중국 관광에 대한 이미지를 흐리게 하고 있다. 관광을 시민의 행복 추구 차원에서 보지 않고 경제성장이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이용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대표적인 것이 홍콩·대만 여행 통제다. 중국 국가이민관리국에 따르면 이달 1~6일 해외여행을 떠난 중국인은 607만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무려 15.1% 줄었다. 홍콩 시위사태 및 대만의 ‘독립’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홍콩과 대만으로의 여행을 막은 것이 영향을 미쳤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중국 입국도 135만명에 그치며 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경기둔화에 중국인들의 씀씀이가 기대만큼 늘지 않고 있는데 글로벌 관광산업의 성장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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