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이란 유조선, 사우디 해상서 피격

미사일 추정 공격에 원유 유출

아란 관계자 "사우디 배후" 지적

대화 분위기 찬물…갈등 커질듯

사우디아라비아 항구 제다 인근에서 2발의 로켓포 공격을 받아 폭발한 이란 유조선 사비티호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 홈페이지 캡처사우디아라비아 항구 제다 인근에서 2발의 로켓포 공격을 받아 폭발한 이란 유조선 사비티호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 홈페이지 캡처



사우디아라비아 인근 해상에 있던 이란 유조선 1척에서 11일(현지시간) 폭발로 원유가 바다로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날아온 미사일에 의해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번 폭발은 지난달 사우디 아람코의 최대 석유시설 공격 이후 이란과 사우디의 대화 가능성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 중동 정세가 한층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국영 유조선회사(NITC)는 이날 새벽 사우디 제다항에서 약 100㎞ 떨어진 바다에서 이란 유조선 ‘사비티’호에 두 차례 폭발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NITC는 “유조선 폭발이 미사일 공격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모든 승무원은 안전하고 배 역시 안정적인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국영TV에 따르면 이번 폭발로 유조선의 저장 탱크 2개가 크게 훼손되면서 원유가 홍해로 유출됐다. NITC 관계자는 이 유조선이 아직 홍해에 있지만 항로를 변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사우디가 이번 공격의 배후라는 입장이다. 이란 관계자는 블룸버그에 유조선 탱크에 발사된 미사일은 사우디에서 온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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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에 대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중동 해역을 관할하는 미국 해군 5함대 역시 이번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이란과 사우디 모두 전쟁을 피하고 싶어 하지만 폭발 사건 발생으로 중동 지역에서 이란과 사우디의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지난해 5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한 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감이 커졌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올해 6월 이란 남동부 해상에서 미군 드론(무인정찰기) 1대가 영공을 침범했다며 대공방어 미사일로 격추했다. 지난 7월에는 미군이 걸프 해역 입구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드론을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14일에는 사우디 국영 석유사 아람코의 핵심 석유시설인 아브카이크 단지와 쿠라이스 유전이 공습을 받아 사우디의 산유량이 큰 타격을 입었다. 친이란 성향의 예멘 반군은 드론으로 사우디 석유 시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지만 미국 정부와 사우디는 이란을 공격 주체로 지목했다.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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