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주택시장의 전반적인 침체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지역과 위험 경고가 더욱 크게 울리는 지역이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재고주택, 신규주택시장 상황 등도 지역에 따라 사정이 다른 만큼 투자에 앞서 지역별 주택 시장 상황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에 대해서도 지역별 사정에 맞는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광역별로 지방 주택시장의 리스크를 나눠 분석했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은 전반적으로 위험 신호가 확산하고 있고, 충청권은 재고주택시장, 강원·제주는 신규주택시장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 전라권은 상대적으로 지방 주택시장 중 안정적인 상황이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위험 신호도 감지되고 있다.
◇‘리스크 최다’ 부울경…대구·경북도 위험 = 2015년부터 전반적인 주택 경기 불황이 시작된 부울경 지역은 여전히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진단이다. 미분양 물량이 많은데다 신규 시장에서도 리스크가 크다. 경남은 기존 아파트의 매매가가 가장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다. 한국감정원 아파트 실거래가격 지수로 보면 경남은 2014년 고점 대비 집값이 무려 21.1%나 빠졌다. 울산은 17.8%, 부산은 10.1%가 하락했다. 미분양 문제도 심각하다. 2015년 하반기부터 미분양 증가 폭이 커졌고 9월 현재 부울경 지역의 미분양은 2만 가구를 넘어섰다. 특히 이중 경남에 몰린 미분양이 1만 4,000가구에 달한다. 금융위기 당시 최대치였던 1만 8,000여가구의 80% 수준까지 오른 수준이다.
문제는 공급량이 올해 정점을 찍으면서 ‘물량 리스크’를 더욱 확대할 예정이라는 데 있다. 2016년에 급증한 분양 물량(8만 3,000여 가구)은 상당수가 올해 준공 시기를 맞았다. 특히 경남에서는 4만 4,000여 가구의 준공 물량이 몰렸다. 부산, 울산은 주택 공급보다 멸실이 많은 탓에 총 주택수 증가율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 경남은 2010~2015년 2.8%였던 총 주택수 증감률이 2015~2018년 4.2%로 1.4%포인트 높아졌다.
금융위기도 심각하다. 부울경의 가계대출은 144조원(주택담보대출 85조원, 기타대출 59조원)으로 전국에서 수도권 다음으로 많다. 전국 대비 비중으로는 13.6%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연체율은 경남·울산이 1.75%로 전국 평균(1.44%)를 넘어 전국 최고 수준이다. 허윤경 주택도시연구실장은 “물량 공급이 지속되는 가운데 펀더멘탈도 나빠 단기간 해소 가능성이 낮다”며 “경남은 신규시장을 중심으로 금융리스크가 현실화 중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대구·경북 지역도 만만치 않은 어려움을 안고 있다. 경북은 전고점 대비 집값 하락률이 23.2%로 전국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하고 있다. 미분양 주택도 경북에 8,000가구에 달한다. 다만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대구 덕분에 광역 지역 전체로 볼때는 부울경보다 사정이 다소 나았다. 대구와 경북의 차이가 극명하게 갈리는 모습이다. 대구는 올해 들어 집값이 약보합으로 접어들었지만 미분양은 최대치 대비 8% 수준을 유지하면서 안전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전라권, 상대적 우위 지속…충청은 리스크 해소 기대=건산연은 전라권에 대해 “상대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물량 변동성도 낮은 편”이라고 총평했다. 전북은 지난해 4.4%에 이어 올해 6월까지 2.8% 하락세를 보이며 어려운 모습이지만 광주는 지난해 9.3% 상승했다. 올해 약보합세로 전환했지만 아직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정이 낫다는 평가다. 신규 시장에서도 미분양 물량이 전라권 전체에 2,821가구 수준으로 금융위기 때의 30% 미만을 유지하면서 양호한 수준이다. 군산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매매가격 하락 폭이 제한적이고 미분양 적체도 적다. 올해 준공 물량이 늘었지만 흡수 여력이 나쁘지 않아 표면적인 위험 요인으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군산 등 특정지역의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지역 경기 악화에 따라 주택시장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남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높아 가격 하락 변동성에 취약하다는 구조적 특징을 고려해야 한다는 변수도 있다.
대전이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충남·북 지역은 전반적으로 주택경기가 위축돼 있긴 하지만 지난 1년간 6,000여 가구를 털어내면서 반전을 노리고 있다. 여전히 1만 가구 이상의 미분양 물량이 쌓여 있어 해소 속도를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지난해 준공 물량이 정점을 찍으면서 올해부터 신규 물량 적체 속도가 더뎌졌다. 지역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충남·북은 수도권과 제주를 빼면 유일하게 인구가 증가세를 보이는 지역이다. 지역경제 또한 등락을 보이고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우상향 추이다.
이밖에 강원·제주 지역은 미분양 적체에 시름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원은 2018년부터, 제주는 2017년부터 하락세가 시작됐다. 강원의 미분양 물량은 7,000가구로 지난해부터 계속 쌓여가는 추세여서 주의가 요구된다. 제주는 1,000여가구의 미분양 물량이 쌓여 있는데 과거 최대치 수준의 80%를 넘나들고 있어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허 실장은 “제주는 아파트 외 주택의 공급 급증과 대출 증가 부담이 커지고 있고 강원은 지역 경기 어려움과 준공 지속 여파가 존재한다”며 “강원, 제주 모두 신규시장 리스크가 지속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