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 시절의 일이다. 학교 근처에 새로운 햄버거 가게가 생겼는데, 평범한 맛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주변에 다른 햄버거 가게가 없는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외식산업을 전공하는 대학생으로서 그 비결이 무척 궁금했다. 결국 며칠간 시간이 날 때마다 가게를 들른 끝에 해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맛과 인테리어, 가격, 메뉴 등 대부분의 면에서 평범했던 그 가게의 성공비결은 다름 아닌 주인의 ‘살가움’이었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외식산업 역시 전 세계적으로 키오스크 사용이 늘어가는 추세다. 키오스크는 옥외에 설치된 대형 천막이나 현관을 뜻하는 터키어에서 유래된 단어로, 대게 터치스크린 방식의 무인 주문·결제단말기를 말한다. 우리나라 역시 대형 프랜차이즈, 골목식당 등 규모를 가릴 것 없이 어렵지 않게 식당에서 키오스크를 찾아볼 수 있다. 종업원은 그저 음식을 만들고 손님 자리에 가져다 주기만 하면 된다. 서빙 역시 손님이 ‘셀프’로 해야하는 가게도 부지기수다.
키오스크가 늘어난 이유으로는 인건비를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최저임금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키오스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당장 내년 최저임금이 240원(2.9%) 인상된 8,590원으로 결정되면서 키오스크를 찾는 외식 경영자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1대가 약 1.5명의 인건비 절감 효과와 점포 회전율 증가 효과를 가져다 준다는 키오스크의 장점이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키오스크가 능사는 아니다. 놓치고 있는 것도 적지 않다. 우선, 키오스크는 스마트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수많은 노년층에게 불편함을 줘 브랜드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특히 스마트폰과 거리가 먼 노년층이 더욱 그렇다. 빵부터 속재료, 소스까지 모든 것을 본인이 골라야 하는 샌드위치 가게에 처음 방문했을 때, 어떻게 주문할지를 하나하나 묻는 점원 앞에서 당황한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어르신들에게 키오스크는 그 샌드위치 가게 이상의 당혹스러움을 준다. 키오스크로 이것저것 눌러보다 햄버거 수십 개를 사게 됐다는 한 할머니의 라디오 사연을 그저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이유다.
키오스크가 놓치고 있는 가장 큰 부분은 바로 ‘부재’다. 키오스크는 가게에서 점원을 사라지게 만들 뿐만 아니라, 브랜드와 고객의 소통까지 부재하게 한다. 물론 이를 편하다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다만, 고객이 이미 해당 브랜드에 대해 충분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등을 제외하면 이 같은 소통의 부재가 마냥 ‘효과’로만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소상공인이 신규 혹은 생소한 브랜드로 외식 창업을 시작할 때, 키오스크는 해당 브랜드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지역사회에 빠르게 녹아들어 고객층을 단단히 하는 것을 방해할 수도 있다. 흔히들 ‘맛과 서비스로 승부한다’고 하지만, 키오스크 시스템 하에서는 서비스 차별화할 기회조차 없는 셈이다.
미국 유학 시절 동네에 생긴 햄버거 가게는 문을 열고 얼마 되지 않아 고장의 명물이 됐다. 아마 지금도 가게 주인은 인근 대학 농구팀 유니폼을 입고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어제 경기 봤냐”고 손님들에게 묻고 다닐 것이다. 키오스크에 유니폼을 입힐지 경영자인 내가 입어야 할지, 한번쯤 따져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