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에게 조국 장관은 정권의 명운을 건 검찰개혁을 함께 설계했던 ‘운명공동체’로서 도저히 버리기 힘든 카드였다. 하지만 국정을 마비시킬 정도로 불거진 국론 분열 상황에 문 대통령도 더는 버티지 못했다.
흔들림 없이 유지했던 ‘조국 수호’를 멈춘 데는 문 대통령 임기 반환점과 내년 총선을 각각 1개월, 6개월 남겨둔 상황에서 곤두박질치고 있는 지지율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지율 하락으로 인한 국정동력의 상실, 총선 패배 우려가 여권 내부에 확산하면서 일게 된 ‘비토론’을 결국 문 대통령이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9일 조 장관 임명 이후 반발 여론이 거세지자 ‘검찰개혁’을 화두로 던지고 지지층 결집을 통해 반전을 노렸지만 중도층의 민심 이반은 계속됐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잇따라 최저치를 경신했고 급기야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을 앞서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리얼미터가 지난 7~8일, 10~11일(10월 2주차) 전국 19세 이상 성인 2,5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3.0%포인트 하락한 41.4%를 기록하면서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이 기간 중도층의 민주당 지지율은 35.2%에서 28.5%로 6.7%포인트 하락한 반면 한국당 지지율은 32.6%에서 33.8%로 1.2%포인트 상승했다. 11일 일간 기준으로는 보수와 진보, 중도층 등 전체 조사 대상자의 한국당 지지율이 34.7%로 민주당(33.0%)을 앞질렀다. 모두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이다. 시사평론가인 최영일 공공소통전략연구소 대표는 “오늘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가 정부 여당에 큰 충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 역시 “지지율이 더 떨어지면 국정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기관별로 수치는 다소 다르지만 추세는 대동소이하다. 한국갤럽이 조사한 결과를 살펴봐도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마지노선인 40% 붕괴 직전까지 내몰렸다. 한국갤럽이 8일과 10일 이틀간(10월 둘째주) 전국 유권자 1,002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43%를 기록했다. 이는 취임 후 첫 조사(2017년 6월 첫째주) 때인 84%의 ‘반토막’에 불과한 것이다. ‘40%대 붕괴 수준’이 아니라 ‘30% 초반대까지 추락’을 보여주는 수치도 존재한다.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성인 1,200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재인 정부가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2.4%, ‘국정운영을 잘하지 못하고 있다’는 답변은 49.3%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상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국 정국’과 맞물려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우하향 그래프를 그리자 여권 내부의 공포와 피로도가 동시에 커졌다는 게 여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지난주 말을 기점으로 여권 내에서도 ‘조국정리설’이 확산했다.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여당의 한 의원은 “정무 라인 쪽에서 최근 지지율 추이를 특별히 면밀하게 지켜봐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국 지지율과 여당 일부 의원의 우려를 반영한 결정이 아니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여당 중진 의원도 “조 장관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복수의 의견이 청와대에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통령 지지율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고 다가오는 총선에서 여당이 이겨야 검찰개혁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다른 국정과제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게 나를 포함한 여권 일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조 장관 사퇴를 계기로 국정동력 확보와 4·15총선 승리를 위한 ‘지지율 올리기’에 적극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중도층의 민심 이반이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여권의 기대대로 지지율이 다시 오를지는 미지수다. 문 대통령의 ‘인사 실패’를 비판하는 정치권의 지적도 큰 부담요인이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단일대오가 흐트러질 가능성도 제기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지율 전망에 대해 묻자 “한국당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을 역전할 수도 있다”면서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오르려면 경제와 외교 부문 등에서 이 상황을 상쇄할 수 있는 파격적인 일이 벌어져야 한다. 하지만 경제 살리기는 오래 걸릴 것이고 외교 부문에서 일본이 항복하거나 타협할 가능성도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윤홍우·임지훈·김인엽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