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터키 경제 파괴 준비"…강력 제재안 꺼낸 트럼프

터키 장관 3명·부처 美자산 동결

무역협상 중단·철강에 관세폭탄

시리아군 터키 접경 만비즈 진입

터키군도 이동…확전 우려 커져

WP "미군 철수로 러 최대 수혜"

중동 내 영향력 키우기 나설 듯




시리아 북부 미군 철수에 대한 국내외 비난이 갈수록 커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터키에 대한 강력한 경제제재안을 꺼내 들었다. 이와 함께 터키의 군사행동 중지와 즉각적인 휴전, 마이크 펜스 부통령 터키 파견, 시리아 철수 미군의 역내 재배치 등 수습안을 쏟아냈다.

미 국무부와 재무부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지역 공격과 관련된 관료와 부처에 제재를 가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무부는 터키의 국방·내무·에너지자원부 등 3개 부처의 장관과 국방부·에너지자원부 2개 부처를 제재 명단에 올리고 이들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 조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성명을 통해 “터키산 철강에 대한 관세를 지난 5월 인하되기 이전 수준인 50%까지 인상하고 미 상무부 주도로 터키와 진행하던 1,000억달러 규모의 무역합의 관련 협상을 즉각 중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미국은 시리아에서 극악무도한 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자들을 겨냥한 경제적 제재를 공격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면서 “나는 터키의 경제를 신속하게 파괴할 준비가 전적으로 돼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쿠르드족이 통제하는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 주둔했던 미군 철수와 관련해서는 역내에 재배치한 뒤 이후 상황을 주시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규모 미군 병력이 이슬람국가(IS) 잔당 활동을 계속 막기 위해 남부 시리아의 앗 탐프 주둔지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에 대한 경제제재 압박과 함께 직접적인 중재 노력에도 나섰다. 그는 이날 오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시리아에 대한 군사작전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고 펜스 부통령이 전했다. 또 조속한 사태 해결을 위해 펜스 부통령을 가능한 한 빨리 터키에 파견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수습안을 대거 내놓은 것은 15일 개원하는 미 의회의 정치 공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 상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수 명령 번복을 요구하는 초당적 결의안 마련과 터키에 대한 보다 강력한 제재 패키지 도출 등을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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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족의 지원 요청을 받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터키 국경 지역에 시리아 정부군을 배치하면서 확전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시리아 국영 사나통신은 14일 정부군이 시리아 북부의 요충지인 만비즈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정부군이 북동부에 돌아온 것은 내전이 한창이던 2012년 여름 수도 다마스쿠스 방어를 위해 북동부를 비운 후 7년 만이다. 이에 맞서 터키군도 만비즈 쪽으로 대규모 병력을 이동하는 것으로 관측돼 시리아 정부군과의 충돌 가능성은 높아졌다.

터키군과 시리아 정부군이 충돌할 경우 터키 대 쿠르드족이었던 전선이 터키 대 시리아라는 국가 간 대치로 변모하면서 전황은 새 국면을 맞게 된다. 터키와 시리아 쿠르드족, 알아사드 정권의 세력권이 팽팽히 맞서던 시리아 북부 지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군 철수 결정으로 힘의 균형이 깨지면서 중동 정세가 요동치게 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4일 트럼프의 시리아 철수 결정으로 미국이 적으로 꼽아온 4개의 국가와 세력, 즉 러시아, 이란, 알아사드 정권, IS가 이득을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최대 수혜자로서 미군이 발을 빼는 중동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진단이다. WP는 ‘중동에서 모든 쪽이 대화하는 유일한 나라는 러시아’라는 제목의 별도 기사를 통해 시리아 철수와 연결된 미국의 최근 행보가 러시아에 중동의 문을 열어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2007년 이후 12년 만에 미국의 전통적 우방이자 시리아와 적대적 관계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다. 사우디 외무부는 양국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서 우호를 증진하고 100억달러(약 12조원) 규모로 합작법인 30개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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