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식 신임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겸 단장이 취임 일성으로 국립오페라단의 균형과 조화를 위한 시즌제 예술감독 도입을 천명했다. 국립오페라단은 지난 10년간 다양한 이유로 단장 4명이 중도 하차하면서 혼란을 겪어왔다.
박 신임 단장은 1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예술단체 연습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2020년은 국립오페라단 재단 출범 2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로 균형과 조화, 공정과 연대, 확대와 비상, 사회적 책임이라는 네 가지 원칙하에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박 단장이 가장 먼저 내세운 것은 시즌제 예술감독 도입이다. 그는 “우수한 실력으로 국내외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제작진에 보다 많은 권한을 주고 역량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틀을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단 시즌 기간이 고정되지 않아 짧게는 작품마다 예술감독이 바뀔 수도 있다. 내년 작품은 이미 전 예술감독을 모두 확정해놓은 만큼 시즌제 예술감독 제도 도입 시기는 2021년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단장은 국립오페라단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경쟁력 있는 레퍼토리 제작을 확대해나갈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레퍼토리 자문위원단을 만들고 여기서 결정된 부분을 바탕으로 예술감독을 모실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단장은 지난 5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윤호근 전 단장을 채용비리 사건으로 해임한 후 넉 달 만인 이달 1일 임명됐다. 임기는 3년이다. 그는 한양대 성악과, 단국대 대학원 음악과를 졸업했으며 정동극장장,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이사, 의정부예술의전당 사장 등을 지냈다. 문체부는 지난 10년간 4명의 단장이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낙마하는 과정에서 계속된 혼란을 수습하는 데 행정 경험이 풍부한 박 단장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박 단장은 또 국립오페라단의 시스템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오페라단은 세금으로 큰 사업을 하는 만큼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전 예술감독들의 모든 작품에 존경과 찬사를 보내지만 오페라단이 여러 가지로 휘둘린 부분들은 시스템의 부재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페라는 각기 다른 장르를 바탕으로 작품이 만들어진다”며 “예술과 행정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전체적인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매니지먼트 기능이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단장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사회적 책임을 갖고 시민들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오페라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립오페라단은 올해 작곡가 오펜바흐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그의 대표작 ‘호프만의 이야기’를 이달 24일부터 27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다. 이 작품은 독일 낭만주의의 대문호 호프만의 세 가지 단편소설 ‘모래사나이’ ‘고문관 크레스펠’ ‘잃어버린 거울의 형상’의 이야기를 토대로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