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유럽연합(EU)이 지난 17일(현지시간) 체결한 새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EU 탈퇴) 합의안은 기존 합의안과 어떻게 달라졌을까.
기존 합의안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브렉시트가 될 경우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비(非)EU 회원국인 영국에 속한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hard border)를 피하기 위한 방안에서의 접근법이다. ‘하드 보더’란 사람이나 상품이 국경을 통과할 때 통행·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앞서 지난해 11월 서명된 기존 합의안에서 EU와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아일랜드섬에서 하드 보더를 피하기 위한 ‘안전장치’(backstop)로 양측간 별도 합의가 있을 때까지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잔류시키기로 했었다. 하지만 이 방안이 영국 의회의 반대에 부딪혀 세 차례나 부결되자 이번에 새로운 방안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새 브렉시트 합의안은 북아일랜드를 포함한 영국 전체가 EU 관세동맹에서 탈퇴하도록 했다. EU로부터 독립해 독자적인 관세체계를 갖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영국은 제3국과 자유롭게 무역협정을 체결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아일랜드섬에선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비EU 지역인 북아일랜드 간에 서로 다른 관세 제도가 적용되게 돼 법적인 관세 국경이 생긴다.
이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자유로운 인적·물적 왕래를 보장함으로써 아일랜드의 경제적·문화적 통일성을 유지한다는 ‘성금요일 협정’의 정신과 배치된다. 앞서 영국과 아일랜드는 지난 1998년 성금요일 협정에 서명함으로써 북아일랜드를 둘러싼 오랜 갈등에 쉼표를 찍었다.
결국 브렉시트 실현과 성금요일 협정 준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영국 정부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법적인 관세국경을 ‘무력화’하는 대신 영국 본토와 아일랜드섬 사이에 실질적인 ‘관세국경’을 세우기로 했다. 두 개의 관세 국경이 생기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영국 본토에서 아일랜드섬으로 들어오는 모든 상품은 북아일랜드에 진입하는 시점에 관세를 물게 된다. 다만 최종 목적지가 북아일랜드인 상품의 경우 관세를 환급받게 돼 관세를 내지 않게 되며, 아일랜드로 넘어가는 상품만 환급을 받지 못한다.
양측은 공동위원회를 꾸려 차후에 어떤 상품을 관세 부과 목록에 올릴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또 일반인들은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국경에서 별도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으며, 개인 간에 보내는 물품에도 관세가 부과되지 않도록 했다.
이와 함께 양측은 북아일랜드에 대해 EU의 상품 규제를 적용하기로 해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자유로운 상품 이동을 가능하도록 했다. 대신 영국 본토에서 북아일랜드로 건너가는 상품은 EU와의 규제 일치 여부를 확인받게 된다.
이는 영국 당국이 통상 수행하지만, EU가 별도 인력을 통해 수행할 수도 있다. EU 측에서 개별 케이스와 관련해 타당한 이유에 따라 규제 확인 절차 수행을 요구하면 영국은 이를 따라야 한다.
관세 및 규제체계와 관련해 북아일랜드는 사실상 영국 본토와 별개가 되는 만큼 새 브렉시트 합의안은 북아일랜드 의회에 이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묻도록 했다. 오는 2020년 말 브렉시트 전환기 종료 시점으로부터 4년 후 EU의 관세 및 규제체계를 계속 적용할지 여부를 결정할 권한을 북아일랜드 의회에 부여한 것이다.
북아일랜드 의회 투표에서 절반 이상의 찬성으로 EU의 관세 및 규제체계 적용을 유지하기로 하면 찬성 득표율에 따라 4년 또는 8년간 이를 연장 적용하도록 했다. 만약 EU의 관세 및 규제체계 적용 중단 결정이 내려지면 2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실행되고, 유예 기간에 공동위원회가 영국과 EU 양측에 필요한 조처를 하도록 권고하게 된다.
전환(이행) 기간, 분담금 정산, 상대국 국민의 거주 권리 등은 기존 합의안 내용과 동일하다.
한편 새로운 브렉시트 합의안이 17일 EU 정상회의에서 추인됨에 따라 공은 다시 영국 의회로 넘어갔다. 영국 하원은 19일 ‘브렉시트 슈퍼 토요일’에 새 합의안에 대한 표결에 나선다.
이 표결에서 보리스 존슨 총리의 새 합의안, 즉 ‘뉴 딜’(New Deal)이 통과되면 영국은 오는 31일 예정대로 EU를 떠나게 된다. 반면 부결된다면 존슨 총리는 지난달 의회를 통과한 ‘노 딜 방지법’에 따라 EU에 브렉시트 시한을 내년 1월 말로 재차 연기해 달라고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