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회사가 아파트를 건축하거나 도로 개설 공사를 할 때 일반적으로 터파기나 발파 작업을 한다. 이 경우 불가피하게 소음과 진동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인근 건물에는 균열이 생기거나 양식장의 경우 키우던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는 사고가 종종 일어난다. 상황에 따라 기존 건물의 일조권이 침해되거나 시세가 하락하는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이 가운데 양식장에 대한 소음과 진동의 피해를 산정하는 것은 지상과 다르게 별도의 기준이 필요하다. 지상에서는 소음과 진동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지만 물속에서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양식장 물고기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기준을 사회통념상 유해성을 참아내야 하는 정도인 수인한도라고 한다. 그러나 과거 판례를 찾아보면 수인한도를 초과하는 수중소음과 수중진동의 수준이 얼마인지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없고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해 논란이 많았다.
최근 이 같은 논란을 종식시킨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한 건설회사가 도로공사를 진행한 인근 뱀장어 양식장에서 약 50만마리가 폐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양식장 업주는 건설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원고인 양식장 업주는 수인한도를 초과하는 수중소음과 수중진동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국내 주요 대학의 소음 전문가를 감정인으로 내세워 감정을 실시했다. 1심은 도로공사로 인해 양식장 뱀장어의 생육에 악영향을 줄 만큼 소음과 진동이 발생한 것이 뱀장어 폐사의 원인으로 보인다며 원고 승소를 판결했다.
이에 불복해 피고인 건설사는 수인한도를 초과하는 수중소음과 수중진동이 발생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국내 주요 대학의 소음 전문가를 감정인을 내세워 3차례 감정을 실시했다. 피고인 측은 최대 수중소음 134.3㏈/uPa와 최대 수중진동 47.4㏈(V)는 수인한도를 초과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감정인들을 상대로 사실조회 신청과 증인 신청 등의 조사를 실시했고 최종적으로 감정 결과에 중대한 오류가 없는 등 현저한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피고의 손을 들어줬다.
패소한 원고 측은 상고했다. 대법원은 논란이 되는 수중소음과 수중진동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판단하지는 않았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가 결정한 수중소음 140㏈/uPa와 수중진동 55~60dB(V)는 수인한도를 초과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대법원 2019. 4. 23. 선고 2018다237428 판결)해 항소심 기준치를 그대로 인정했다.
이번 사건은 환경소송에 있어 입증 책임의 전환이나 완화 여부에 대해 피해자의 입증의 범위와 정도, 공사로 인해 발생한 수중소음과 수중진동 같은 수인한도의 구체적인 기준과 입증 방법을 처음으로 제시한 판례라는 점에서 향후 유사 소송에서 참고사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유사한 공사를 수행하는 건설사들이 공사 전에 수인한도를 충족하는 어떤 공법을 선택지와 발생할 수도 있는 민형사상 조치를 미리 대비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