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가을바다 낚시, 안전부터 낚자]'지자체마다 제각각' 안전 규정 손봐야

<하> 낚시 사고 줄이려면

반복 사고에도 안전 불감증 여전

처벌수위 높이고 담당 공무원 확충

허가제·선장 자격요건 강화 필요

낚시객 자발적 인식 전환도 절실

해양경찰청 소속 단속반원이 낚시어선에 탑승해 음주측정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해양경찰청해양경찰청 소속 단속반원이 낚시어선에 탑승해 음주측정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해양경찰청



2015년 9월 제주 추자도 해상에서 낚싯배가 전복돼 18명의 목숨을 앗아간 ‘돌고래호 사고’. 2017년 12월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낚싯배와 급유선이 충돌해 15명이 숨진 ‘선창1호 사고’. 바다 위 대형사고가 터질 때면 어김없이 재발방지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들이 쏟아져나왔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올 1월 경남 통영 먼바다에서는 갈치낚시객들을 태운 무적호가 전복되는 사고가 또다시 일어났다. 해양경찰의 신속한 대응으로 그나마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지만 안전 불감증은 여실히 드러났다. 발견된 4명의 사망자들 모두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고, 승선자 명부에는 엉뚱한 전화번호가 적혀있었다. 승객 안전을 책임져야 할 선장은 낚시가 금지된 공해상까지 배를 몰고 나갔다.

되풀이되는 사고를 막고 즐겁게 낚시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안전수칙을 준수하는 낚시객들의 인식 변화와 제도 개선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지역마다 천차만별인 안전규정을 하나로 통일하고, 낚싯배 허가제 도입과 선장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등 효과적인 대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안전규정을 위반했을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해경에 따르면 올 1월부터 8월까지 출항한 낚싯배는 총 36만3,743척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0만4,005척)에 비해 20%나 증가했다. 각종 TV 예능프로그램 등을 통해 낚시가 대중화되면서 바다낚시를 즐기려는 이용객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낚시 인구가 늘어난 만큼 각종 안전규정 위반으로 단속에 적발되는 경우도 눈에 띄게 급증하고 있다. 지난 1~8월 안전위반행위와 관계법령 위반으로 적발된 낚싯배는 391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넘게 뛰어올랐다. 세부내용을 들여다보면 구명조끼 미착용이 81건으로 여전히 가장 많았고, 영해외측 불법조업(26건)과 출·입항 허위신고(14건), 정원초과(13건) 등 여전히 기본적인 규정마저 지키지 않은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한 건도 적발되지 않았던 음주운항의 경우 올 들어 8월까지 벌써 7건이나 해경 단속에 적발됐다. 음주운전으로 인명피해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수위를 높이고 음주운전 기준을 강화한 ‘윤창호법’ 시행으로 음주운전사고가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때문에 음주운항을 비롯해 바다 위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앞다퉈 음주운항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내놨지만 상임위원회에 발이 묶여있는 상태다. 또 낚시관리육성법에 따라 안전·구명설비 기준을 위반할 경우 영업정지나 영업폐쇄와 같은 행정처분에 처하도록 돼 있는 조항도 고의성이 발견된 경우 징역형 등의 처벌이 가능하게끔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기사



지자체마다 천차만별인 안전규정도 문제다. 경기도 평택에서는 낚싯배 승객의 음주를 금지하고 있지만 화성에서는 낚싯배 승객의 음주규정 자체가 없다. 주류 반입금지의 경우 선장이나 선원에 한해서만 적용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어떤 곳은 승객도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야간운항이나 영업횟수, 영업거리 제한 등도 지자체마다 제각각이다. 해경 관계자는 “안전규정이 지역마다 다르다 보니 혼란스러워하는 낚시객들이 많다”며 “안전과 직결되는 규정만큼은 하나로 통일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자체의 낚싯배 담당 공무원 확충과 전문성 확보도 시급한 과제다. 지자체마다 담당 공무원이 부족한데다 전문성도 떨어지다 보니 1년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교육이수 여부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낚시 어선 영업증을 내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낚싯배 허가제 도입과 승선정원 산정기준 개선, 선장 적성검사 통과요건 신설 등 해양수산부가 추진 중인 장기과제들도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낚시객들의 자발적인 인식 전환이다. 임남균 목포해양대 교수는 “안전에 대한 투자는 가시적 성과가 없어 항상 후 순위로 밀려나고, 정부는 낚싯배로 생계를 유지하는 어민 반발을 우려해 단속이나 규제에 소극적인 측면이 있다”며 “제도 개선도 좋지만 무엇보다 낚시 이용객 스스로 안전 의식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