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보수당과 연립여당 파트너 관계인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이 보리스 존슨 총리가 유럽연합(EU)과 합의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안에 반발해 제1 야당인 노동당과 협력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DUP가 노동당과 브렉시트 합의안 수정에 나설 경우 존슨 총리가 원하는 합의안 통과는 불가능해져 브렉시트 연기 가능성이 더 커질 전망이다. 노동당이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두 번째 국민투표를 열겠다는 입장이어서 브렉시트 불확실성은 나날이 고조되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0일(현지시간) DUP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DUP가 브렉시트 합의안에 담긴 관세 동맹 관련 내용을 수정하기 위해 노동당과 협력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DUP가 “존슨의 반(反)영국 합의에 저항하기 위해 여러 선택지를 포함한 시나리오들이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앞서 노동당 예비내각의 키어 스타머 브렉시트부 장관은 이날 브렉시트 합의안 수정에 보수당 내 반란파와 DUP의 지지를 얻는 계획을 추진할 것이라며 DUP에 유화적 입장을 보였다. 합의안은 브렉시트 이후 구체적 관계가 정립될 때까지 영국 전체가 유럽연합(EU)에 남는 ‘백스톱’(backstop·안전장치)을 폐기하는 대신 영국 연방 중 하나인 북아일랜드를 사실상 EU 관세동맹에 남기는 내용을 담았다. DUP는 북아일랜드가 나머지 영국 연방과 다른 규정이 적용되는 데 강력 반발하고 있는데 노동당이 이 점을 노린 것이다.
DUP의 입장은 현재 보수당과 연립여당을 구성하는 DUP가 야당과 함께 ‘반(反) 존슨’ 연대를 구축한다는 뜻이어서 존슨 총리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번주 초 브렉시트 합의안 재표결이 이뤄질 경우 존슨 총리가 합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DUP가 보유한 10표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존슨 총리는 지난 17일 EU와 극적으로 브렉시트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이틀 뒤인 19일 하원에서 합의안 표결에 실패했다. 보수당에서 쫓겨난 무소속 하원의원 올리버 레트윈 경의 수정안이 통과되면서 자신의 합의안 표결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레트윈 경의 수정안은 브렉시트 이행 법률이 의회를 최종 통과할 때까지 존슨 총리의 합의안에 대한 의회 승인을 보류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존슨 총리는 원하지 않게 브렉시트 연기 요청 서한을 EU에 보냈다.
이러한 상황에도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안 통과를 낙관하며 재표결을 추진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영국 정부가 10월 31일 시한에 맞춰 브렉시트가 시행될 수 있도록 상·하원에서 신속처리 안건으로 브렉시트 이행에 필요한 법률을 제정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BBC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런 일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존 버커우 하원의장이 동일 회기에 동일 안건을 표결하는 것은 의회법 위반이라며 표결을 반대할 수 있어 재표결 성사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이에 브렉시트 강행을 위해 존슨 총리가 합의안 비준 동의 이전에 정부가 EU와의 협상 결과에 대해 하원 승인투표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있는 브렉시트 관련 법을 고쳐 승인투표를 거치지 않고 브렉시트를 단행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다만 새 법안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표결이 필요하고, EU가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검토 중인 데다 야당이 국민에게 브렉시트 합의안 찬반을 묻는 제2 국민투표까지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불확실성이 더해지고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 일요판인 선데이타임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EU가 브렉시트를 석 달 연기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제2 국민투표나 또 다른 변수가 생기게 되면 2020년 6월까지 브렉시트 이행을 늦추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