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시대의 금’으로 불리는 팔라듐의 몸값이 치솟으면서 국내에 첫선을 보인 팔라듐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 한 달 만에 7%대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배당 등 포트폴리오에서 대체투자까지 국내 ETF 시장이 다양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KB자산운용의 ‘KBSTAR 팔라듐선물(H)’는 전 거래일보다 60원(0.56%) 오른 1만725원을 기록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상장된 팔라듐 선물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지난 9월24일 상장된 후 18거래일 만에 7.2%가 뛰었다. 팔라듐이 국내 투자자들에게 비교적 생소한 원자재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상장 초반부터 인기를 끈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팔라듐은 최근 2~3년 사이 수요가 증가세를 보이면서 가격이 폭등했다. 독일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사건 이후 매연저감장치 촉매제로 사용되는 팔라듐의 수요가 늘어난 것이 이유였다. 지난해 트로이 온스당 1,000달러 초반이던 거래 가격은 최근 1,700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 가격의 고공행진과 함께 팔라듐의 최근 가격 역시 역사적 고가를 기록하고 있다”며 “글로벌 친환경 규제에 따른 팔라듐의 수요 증가와 이에 따른 공급부족이 원인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팔라듐이 수소차 소재로도 주목받으면서 수요는 향후 2~3년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들어 인기를 끌었던 금·은 ETF의 상승세가 주춤한 것도 팔라듐 ETF를 끌어 올리는 한 원인으로 꼽힌다. 9월 초 동반 52주 최고가를 찍었던 국내 금·은 ETF는 각각 4%와 10% 넘게 하락했다. 금과 은 가격이 급등하면서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이 팔라듐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팔라듐은 금·은과 함께 3대 귀금속으로 분류된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미결제약정 동향 보고서를 통해 투자신탁 및 자산운용사의 최근 팔라듐 순매수 건수가 지난해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고 뉴욕거래소에서는 에버딘에셋매니지먼트가 운용하는 팔라듐 ETF가 최근 1년 수익률이 39.59%에 달하면서 팔라듐이 최근 투자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팔라듐의 경우 높은 가격 상승률 등 여러 면에서 주목받던 상품인데 반해 국내에서는 투자할 만한 상품이 없었던 것 같아 개인 투자자나 기관투자가가 접근할 수 있도록 상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팔라듐 선물지수를 -1배로 추종하는 인버스 ETF가 동시에 상장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투자자들이 가격이 너무 높다고 판단할 경우 인버스 ETF 투자를 통해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 유동성 또한 풍부하다는 평가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상장 초기라는 점에서 거래량이 많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팔라듐 선물 자체가 상당히 원활하게 거래되기 때문에 주문량이 많아도 충분히 소화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