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시멘트 갈수록 어려운데...자원세 신설하자는 국회

세수확보·의원치적 이해 맞물려

연말 국회서 졸속처리 가능성 커

"적자 나도 세금낼 판" 부글부글

강원도 영월군에 있는 쌍용양회 공장 전경./서울경제DB강원도 영월군에 있는 쌍용양회 공장 전경./서울경제DB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한 시멘트 업체의 김 모 부장은 요즘 속 앓이가 심하다. 회사에서 생산하는 시멘트 1톤당 1,000원의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일부 개정안’이 일정에 쫓긴 연말 국회에서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김 부장은 “국회 소관 상임위를 찾아다니며 법 개정의 부당함을 알리고 있지만 연말 졸속 처리될 수 있어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멘트 업계가 지자체 세수 확보와 지역 국회의원의 치적쌓기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추진되는 ‘지역자원 시설세’ 확대 도입에 비상이 걸렸다. 22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시멘트 원료인 석회석 채광 단계에서 오염 물질이 발생 된다는 이유로 지난 1992년부터 연간 30억원 정도의 지역자원 시설세를 내고 있다. 그런데 국회에 계류중인 개정안에는 생산된 시멘트 1톤당 1,000원의 세금을 추가로 걷는 내용이 포함됐다. 문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의원의 치적쌓기와 지자체 세수 확보 등을 명분으로 올 연말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 예산 국회를 둘러싼 여야간 정쟁이 치열해 지면서 막판 국회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 다른 법안과 졸속 처리될 수 있어 시멘트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시멘트 업계는 “지자체나 법안발의 의원은 ‘연말 국회때 통과가 안되면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위기감에 적극 법안 통과를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지역에 선물 보따리를 안겨야 하는 정치인과 세수 확보를 바라는 지방자치단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국회 통과를 총력 지원할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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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멘트 업체들은 “(지역자원 시설세는) 이중과세인데다 경영을 도외시한 법안”이라며 “수년간 정부 부처 이견도 조율이 안 될 만큼 문제가 많은 법안이 총선을 앞두고 얼렁뚱땅 처리될 수 있어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올해 시멘트 출하량은 건설경기 부진으로 2017년(5,670만톤) 대비 17%가 빠진 4,700만톤에 그칠 전망이다. 특히 기업들은 관련 법 개정에 따라 내년부터 질소산화물 배출 부과금 명목으로 650억원의 세금을 새로 내야 한다. 이번 개정안마저 통과되면 지역자원 시설세에 513억원(2018년 시멘트 출하량 5,130만톤 기준)이 더 붙는다. 이 정도면 쌍용양회 지난해 순이익(1,470억원)의 35% 수준이다. 더구나 적자가 나도 꼬박꼬박 내야 하는 세금이다.

현행법상 과세 대상은 지하자원이나 지하수에 대한 채광·채수 행위일 뿐 이를 가공생산하는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세원을 추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안을 둘러싼 부처간 이해관계도 첨예하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재정 건전성을 위해 법 통과를 바라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제조 기반을 무너뜨리고 법 통과 시 다른 의원들까지 석유화학 등 다른 업종의 지역자원 시설세 추가 부과를 도미노식으로 꾀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세금을 걷어도 실제 시멘트 공장 인근 주민에 혜택이 집중되지 않고 전체 지역에 쓰이는 불합리도 생긴다”며 “표심을 얻기 위해 지역 정치인이 기업에 부담을 지우는 것은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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