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시로여는 수요일] 따순 밥

길상호 作

언 손금을 열고 들어갔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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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가슴을 헤쳐

명치 한가운데 묻어놓았던 공깃밥을 꺼냈다

눈에서 막 떠낸 물 한 사발도

나란히 상 위에 놓아주었다

모락모락 따뜻한 심장의 박동

밥알을 씹을 때마다

손금 가지에는 어느 새 새순이 돋아났다

물맛은 조금 짜고 비릿했지만

갈증의 뿌리까지 흠뻑 적셔주었다

살면서 따순 밥이 그리워지면

언제고 다시 찾아오라는

그녀의 집은 고봉으로 잔디가 덮여 있다



무덤이 고봉밥을 닮은 까닭은 그녀가 명치에서 꺼내준 공깃밥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군요. 잔디로 덮인 그녀의 집을 찾을 때마다 마른 눈물샘 축축해지는 것은 물 한 사발 갚으려는 까닭이군요. 언 손금에서 새순이 자라도록 보살펴준 따순 손길을 잊지 못하는 까닭이군요. 젖무덤에서 자라 흙무덤에 누이도록 뉘라도 생모와 지모의 명치를 벗어날 길이 없군요. 문명의 온기는 강보보다 따뜻해 한겨울에도 손이 얼기 쉽지 않고, 고봉밥도 촌스러워졌지만 뭉클한 마음이야 또 다른 상징을 얻겠지요. 얻어야겠지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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