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직장인 무료교육 장담하더니...내일배움카드 본인부담 늘려

수요 급증...올 예산 이미 바닥

내달부터 지원금 60%로 축소




다음달부터 내일배움카드로 직무교육을 받는 직장인(근로자)의 자기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문재인 대통령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일자리 재편에 대비하기 위해 재직자 직무교육을 강화할 필요성을 강조해왔지만 현실에서는 교육기회를 되레 위축시킬 수 있는 정반대 정책이 나온 것이다.

22일 정부와 교육업계 등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다음달 1일부터 근로자 내일배움카드 원격훈련과정 일부의 지원금을 기존 100%에서 60%로 축소하기로 했다. 고용부는 이미 ‘근로자 직업능력개발훈련 지원규정’ 일부 개정 고시를 통해 인기 강의인 재무나 문화콘텐츠 제작 등 48개 직종을 자기부담 40% 직종에 추가한다는 내용을 교육업체에 통보한 상태다. 자기부담률이 0%인 48개 직종 강의를 40% 부담으로 바꾸는 것으로, 내일배움카드를 통해 무료로 들을 수 있었던 강의가 많게는 3분의1 수준으로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기부담률이 0%일 때는 21만원짜리 자격증 강의를 무료로 수강할 수 있었지만, 다음달부터는 8만4,000원을 새로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한 대형 교육업체 관계자는 “이번 개정에 따라 직장인들이 0원에 들을 수 있는 과정이 30~40% 줄어들게 된다”며 “4차 산업혁명과 100세 시대를 앞두고 평생교육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거꾸로 근로자의 교육기회를 축소하는 정부 결정이 나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예산문제로 자기부담률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평생교육 수요가 급증하면서 올해 배정예산은 이미 바닥이 난 상태다.

내일배움카드 예산은 지난 2017년 880억6,600만원에서 지난해 953억2,300만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강생도 27만3,950명에서 35만5,403명으로 29.73% 급증했다. 이 같은 인기로 올해 배정된 예산은 953억원이지만 올해 9월 말 교육업체 등에 집행한 예산은 1,250억원가량으로 예산을 초과했다. 이 때문에 고용부는 지난달 고용보험기금의 운용계획을 변경해 598억원을 추가 확보했다.


내일배움카드의 자기부담률이 인상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교육비 부담을 우려한 수강생이 몰리면서 평균 마감일 대비 2배 이상 급증하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한 교육업체 관계자는 “수강생이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58%나 늘었다”며 “이달 말까지 신청마감이 남은 만큼 전년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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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가 내일배움카드 자기부담률 인상 결정을 앞두고 자체적으로 혼선을 초래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고용부는 지난달 19일 “10월1일 개강하는 강의부터 자기부담률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주일 뒤인 지난달 26일 돌연 ‘11월1일부터 시행하겠다’는 게시글을 올렸다가 반나절도 안 돼 삭제했고 나흘 뒤인 지난달 30일 다시 ‘11월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재공지했다. 고용부 지침에 따라 자기부담률 인상 시행일을 공지했던 교육업체들은 애꿎게 수강생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고용부의 이 같은 정책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실직자뿐 아니라 재직자의 교육도 중요하다고 강조해온 것과 동떨어지는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인 일자리를 만드는 데는 예산을 펑펑 쓰면서 정작 중요한 재직자 재교육을 위한 내일배움카드 예산 확대에는 인색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고용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재직자와 실업자로 구분된 내일배움카드를 평생내일배움카드로 통합하는데 예산문제로 재직자 자기부담률 증가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내일배움카드는 중소기업 근로자 등의 직업훈련 기회를 확대하고 평생고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고용부의 직업능력개발 지원사업이다. 중소기업 근로자가 교육업체를 통해 내일배움카드 과정을 수강할 경우 근로자 1인당 1년간 200만원, 5년간 300만원 한도의 수강료를 지원한다. 수강료는 1개월에 10만원 안팎이지만 자기부담 0%인 강의는 무료라 직장인들의 호응이 폭발적이다. 들을 수 있는 강의도 회계재무나 인사노무 등 직무교육부터 엑셀, 워드, 파워포인트, 캐드(CAD) 시스템, 일러스트레이터 등 사무자동화(OA), 각종 자격증, 외국어, 데이터 분석 등 수백 가지에 이른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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