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리는 이날 오전 공군 1호기 편으로 도쿄에 도착한 후 일왕의 거처인 고쿄로 이동해 남관표 주일대사와 함께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 한국 대표로 참석했다. 이 총리는 아베 총리 등 일본 정부 대표 인사 및 170여개국의 축하 사절 등과 함께 궂은 날씨 속에서도 즉위식을 지켜봤다.
이 총리는 아베 총리와 마찬가지로 연미복을 입고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이 총리는 이날 저녁 같은 장소에서 열린 궁정 연회에 참석해 나루히토 일왕에게 축하 인사를 직접 전했다.
이 총리는 출국에 앞서 서울공항에서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와 20여분간 환담을 하기도 했다. 이 총리는 “한일관계에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가 있지만 두 나라가 지혜를 갖고 잘 관리해나가기를 바란다”면서 “단 한번의 방문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지만 한 발짝 나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에 나가미네 대사는 “이 총리께서는 일본에도 잘 알려지신 분”이라며 “특히 일본 언론에도 이번 방일 소식이 널리 보도됐고, ‘지일파’ 한국 총리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 총리는 24일 아베 총리 면담 과정에서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이 담긴 친서를 전할 예정이다. 이후 분위기가 호전된다면 양국 간에 다음달 한일정상회담 개최 여부 등이 타진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 총리는 일왕 즉위식 참석 후 지난 2001년 전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승객을 구하려다 숨진 고(故) 이수현씨의 추모비가 있는 신오쿠보역을 방문했다. 이 총리는 ‘한일 우호의 상징’으로 불리는 이곳에 헌화한 후 “한일 두 나라를 길게 보면 1,500년의 우호 교류 역사가 있다. 불행한 역사는 50년이 안 된다”며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씀하신 것처럼 50년이 되지 않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에 걸친 우호 협력의 역사를 훼손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