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앞에서 노숙인이 파는 잡지로 일반에 알려진 ‘빅이슈’를 주목해야 한다는 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사회적기업(이윤과 공공성 추구기업) 창업가가 참고해야 할 사업모델로 평가됐다.
23일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소기업 포커스 제19-25호에 실린 ‘재창업 중소기업 실태와 사회적기업 모델을 활용한 재도전’ 보고서는 재창업 기반 사회적기업 모델이 필요하다며 모범사례로 빅이슈를 선정했다. 보고서는 “보고서 취지에 맞는 최적의 사회적기업 모델은 아니다”라면서도 “노숙인 일자리 지원을 위해 민간 차원에서 사회적기업을 구축하고, 완벽한 경제적 사업 모델로 사회적 목적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빅이슈는 지난 1991년 노숙인이었던 존 버드가 창간했다. 영국에서 매년 3,700명의 노숙인이 판매원으로 등록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11개국에서 15종의 잡지를 발행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 등 유명인이 재능 기부로 참여했다.
국내에서 2010년 격주간지로 창간한 빅 이슈는 매호 1만~1만5,000호를 발행한다. 창간 이후 800명 이상이 판매원으로 활동했고 매년 100여명의 노숙인이 판매원으로 등록한다. 지난해 기준 71명이 임대주택에 입주했고 25명이 재취업에 성공했다.
빅이슈 권당 가격은 5,000원이다. 1권을 팔면 2,500원이 판매원에게 주어진다. 빅이슈는 신입 판매원에게 우선 10부를 무료로 준다. 이후 판매원은 권당 판매 수익 절반을 받을 뿐만 아니라 2주간 판매하면 주거를 지원받고 정식 판매원이 된다. 6개월 이상 근무한 판매원은 임대주택 입주 신청 자격을 얻는다.
보고서는 “빅이슈 판매원은 개별적인 경영 계획과 능력으로 매출을 관리하는 ‘독립적인 사업’”이라며 “취업하는 동안 경영자로서 자기 계발 기회를 얻는다”고 분석했다. 이어 “노력에 따라 개인 수익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개인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일할 기회를 제공해 자존감을 갖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최근 사회적기업으로 재창업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중기연구원이 올해 6월 재창업을 준비 중인 일반인 300명을 대상으로 사회적 기업 인지 여부를 물은 결과 86%가 ‘안다’고 답했다. 사회적기업으로 재창업할 의향이나 사회적기업 인증 계획에 대해서는 61.3%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보고서를 쓴 김선화 연구위원은 “사업에 실패하면 가족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재도전이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정부가 재도전 사회적기업과 같은 일종의 사회안전망 제도 도입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