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가 운용하는 랩어카운트 자산이 처음으로 120조원을 넘어섰다. 가입자도 꾸준히 늘며 19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각종 논란으로 사모펀드 투자에 대한 열기가 주춤한 가운데 최근에는 해외 주식 및 상장지수펀드(ETF)나 리츠 랩 등이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공개된 증권사의 랩어카운트 자산 규모가 지난 8월 말 기준 120조7,83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8,266억원, 연초 대비 8조3,191억원 늘어난 수치다. 랩어카운트란 증권회사가 고객으로부터 일임을 받아 주식·채권·펀드 등을 운용해주는 상품이다. 사모펀드와는 달리 고객이 자신의 계좌를 언제든지 확인해 운용 내역을 볼 수 있으며 가입 문턱도 보통 수천만원 선으로 사모펀드보다 낮다.
특히 최근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랩어카운트 계약이 늘고 있다. 8월 말 기준 일반 개인투자자들의 일임 계약액(설정액)은 36조6,646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5,115억원이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기관투자가들은 4,425억원이 줄어든 81조6,380억원이었다. 이에 따라 전체적으로는 1조689억원이 늘었다. 금투협 관계자는 “일부 연기금이 일임 계약을 해지하면서 기관자금은 줄어든 반면 개인투자자들의 계약은 늘면서 전체적으로 순증했다”고 설명했다.
계약자 숫자도 꾸준히 증가추세다. 전체 투자자는 8월 말 기준 188만8,870명으로 전월 말 대비 2,931명, 지난해 말 대비 3만7,503명이 증가했다. 전체 투자자 중 개인투자자에 해당하는 일반투자자는 188만1,233명으로 이는 전월 대비 2,920명, 전년 말 대비 3만6,107명이 늘었다.
상품 유형별로는 채권형과 해외 주식형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자산기준으로 채권형 랩의 경우 올 들어 5조4,031억원이 증가해 59조8,542억원에 달한다. 채권형 랩 중 인기가 높은 신한금융투자의 전자단기사채랩의 경우 가입액이 지난해 말 9,465억원에서 올 9월 말 현재 1조4,086억원까지 늘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현재 가입자의 경우 3개월 만기로 연 1.9%의 금리를 준다”며 “단기로 은행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외주식 및 ETF 투자 열풍이 불면서 관련 랩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조인에셋투자자문이 자문을 하고 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 등에서 일임을 받아 운용하는 ‘중국백마주랩’이나 이지스자산운용이 자문을 맡고 KB증권·삼성증권 등에서 일임운용하는 ‘글로벌 리츠 랩’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래에셋대우의 글로벌X랩의 경우 올 4월 중순에 출시된 후 18일까지 775억원이 판매됐다. 이 랩 상품은 미국의 ETF운용사인 글로벌X가 자문을 맡는다. NH투자증권의 ‘NH 콜럼버스 EMP 랩’ 역시 다양한 글로벌 ETF를 담아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ETF랩 상품이다.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중국이나 미국 등의 해외 주식의 경우 정보가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이 랩 상품을 통해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현지 운용사가 자문하는 랩 상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