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의 올 3·4분기 실적이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른 여파로 전년 동기 대비 급락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설비 투자액을 줄이며 반도체 가격 하락에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올 3·4분기에 매출액 6조8,388억 원, 영업이익 4,726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24일 밝혔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0%, 영업이익은 무려 93%가 각각 줄었다. 최근 13분기 만에 최저치다.
이 같은 실적 하락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탓이다. 지난달 기준 D램(DDR4 8Gb) 1개당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35% 수준인 2.94달러로, 낸드플래시(128Gb MLC)는 전년 동기 대비 81% 수준인 4.11달러로 각각 떨어졌다. SK하이닉스는 올 2·4분기 D램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에 이어 2위 규모이며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도시바·WDC·마이크론에 이어 점유율 5위 규모다. 사업 구조상 반도체 가격 하락이 실적 악화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SK하이닉스 측은 “D램은 모바일 신제품 시장에 적극 대응하고 일부 데이터센터 고객의 구매도 늘어나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23% 늘었으나 가격 약세가 지속돼 평균판매가격은 16% 하락했다”고 밝혔다.
낸드플래시와 관련해서는 “수요 회복이 지속되고 있는 고용량 모바일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버(SSD) 등 솔루션 시장에 적극 대응했으나 지난 분기 일시적으로 비중을 늘렸던 단품 판매를 축소함에 따라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1% 감소했다”고 말했다. 다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단품 판매 비중을 줄여 평균판매가격은 전 분기 대비 4% 상승했다.
SK하이닉스는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데이터센터용 D램 수요 확대를 기대 중이다. 주요 클라우드 업체들이 구매 물량을 연초대비 다소 늘린데다 이들 업체의 D램 재고도 다소 줄어든 탓이다. 낸드플래시 시장은 평균 가격 하락으로 수요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다만 3개 업체가 과점하고 있는 D램과 달리 인텔을 비롯한 6개 사업자가 점유율을 고루 가져가는 구조상 수익 증대에 기여하는 부분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D램 출하물량 조절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D램을 생산하는 이천 M10 공장의 설비 일부를 CIS(CMOS 이미지 센서) 양산용으로 전환 중에 있으며 낸드플래시의 경우 부가가치가 낮은 2D 낸드 캐파를 줄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미세공정 기술 지속 개발 등 기술력으로 반도체 시장 불황을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D램은 10나노급 2세대(1Y) 생산 비중을 연말 10% 초반으로 높이고 최근 개발한 10나노급 3세대(1Z) 공정을 적용한 제품 양산도 차질 없이 준비할 계획이다. 또 내년 수요 증대가 예상되는 LPDDR5와 고대역폭메모리(HBM)2E 시장에도 적극 대응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내년 하반기 인텔이 데이터센터용 중앙처리장치(CPU)인 ‘아이스레이크’를 내놓으면 D램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 중이다.
낸드플래시는 96단 4D 낸드 제품의 생산 비중을 연말 10% 중반 이상으로 확대하고 128단 4D 낸드 판매 준비도 차질없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고사양 스마트폰과 SSD 시장을 중점 공략해 낸드플래시 매출 중 SSD가 차지하는 비중을 올 4·4분기에 30%수준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실적 악화는 지난연말부터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끝나며 예상된 부분이다. SK그룹은 실적 악화에 대비해 지난 연말 인사에서 인텔 출신의 이석희 사장을 수장으로 임명하는 등 선제적 대응을 보인 바 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반도체 가격 하락 국면에서 스마트폰, 가전, 시스템반도체 등으로 포트폴리오가 다양화 돼 있는 삼성전자와 달리 실적 급하락이 불가피해 경영진의 고민이 깊을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늘어나는 고객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 변동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생산과 투자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며 내년 투자 금액은 올해 보다 상당 수준 줄어들 것”이라며 내년에는 보수적 경영에 나설 계획임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반도체 수요 하락을 낳은 미중 무역분쟁 여파가 지속되고 있어 일러도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반도체 가격이 반등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번 다운턴(Downturn)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한편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