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서경 금융전략포럼]"IT·금융 결합땐 해외진출 석달이면 충분…'순간확산 시대' 온다"

■김윤주 보스턴컨설팅 MD파트너 주제강연

카카오뱅크·네이버페이·토스 등

핀테크가 '테크자이언트'로 진화

IT인재 겸비…빠른 의사결정 강점

금융상품 제조·판매 분리되고

AI가 사용방식 근본을 바꿀것

국내업계 독자모델로 경쟁해야

김윤주 보스턴컨설팅그룹 MD파트너가 24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17회 서경 금융전략포럼 ‘금융, 미래를 경영하다’에서 주제강연을 하고 있다. /오승현기자김윤주 보스턴컨설팅그룹 MD파트너가 24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17회 서경 금융전략포럼 ‘금융, 미래를 경영하다’에서 주제강연을 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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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은행을 만드는 데 2년, 해외진출과 확산에 3~4개월이면 충분합니다.”

김윤주 보스턴컨설팅그룹 MD파트너는 과거 빨랐지만 작았던 핀테크가 이제 크고 빨라진 ‘테크자이언트(tech giant)’로 거듭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테크자이언트 간 합종연횡이 빈번해지고 해외진출에 속도를 내는 ‘순간확산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2025년. 불과 5년 내에 벌어질 ‘미래 금융’의 모습이었다.

김 파트너는 24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기술기업들이 금융시장에 진출하면서 새로운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기존 금융회사에 전혀 다른 차원의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테크자이언트의 위협요소에 대해 △1,000만명 이상의 압도적인 고객 △인공지능(AI)·블록체인 등 미래 핵심기술 주도 △3~6개월 미만의 빠른 의사결정 구조 △디지털·정보기술(IT) 인력 집합소이자 양성소라는 네 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했다. 해외 금융 선진국의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국내 뱅크샐러드와 토스·네이버파이낸셜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김 파트너는 “과거에는 금리와 상품을 가지고 금융사 경쟁력을 키웠다면 앞으로는 데이터 활용이 차별화의 핵심”이라며 “데이터 활용에 능숙한 테크자이언트로 구글·페이스북·아마존·텐센트 등 해외사들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국내에서 가장 빨리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카카오(035720)의 경우 월간 활성 이용자가 4,400만명에 달하고 카카오뱅크의 여수신은 23조원 규모”라면서 “네이버 역시 4,2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고 네이버페이 가입자 수는 3,000만명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1,000만명 가운데 이용자 대부분이 20~30대에서 40대 초반이며 이들의 주된 금융상품 검색 채널은 네이버파이낸셜을 비롯해 뱅크샐러드·토스 등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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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확고한 고객을 바탕으로 테크자이언트들이 금융상품 판매의 주력세력으로 등장하면서 기존 금융회사는 상품 제조에 국한되는 제조·판매 분리현상까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제조·판매 분리현상으로 초기에는 파트너십 형태의 협업이 시작되지만 이후 예측할 수 없는 합종연횡이 나타날 것”이라고 봤다. 김 파트너는 “이미 유럽 챌린저뱅크(소규모 특화은행) 등의 플랫폼에는 보험·연금상품이 구축된 다른 플랫폼을 가지고 재구축하는 형태가 등장했다”며 “새로운 은행을 만들면서 신진기술을 전 세계 여러 회사에 아웃소싱을 통해 갖춰가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와 판매의 분리현상이 국경을 초월한 테크자이언트 간 합종연횡을 불러일으킨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AI가 인간의 주관적 자산관리 결함을 최소화시키며 합종연횡에 가속을 붙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김 파트너는 ‘부킹닷컴’이라는 여행 사이트를 사례로 들며 “여행 사이트 하나에 150개의 AI 알고리즘이 활용된다”며 “금융업에서도 리스크 관리, 상품 추천 등에 AI가 인간과 의사결정을 함께하거나 최소한 보조하는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I가 금융에 접목된 영국의 텍스트뱅킹을 소개하기도 했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계좌 잔액을 물으면 대답해주고 우버 사용 횟수를 물으면 사용금액까지 제공한다”며 “AI는 데이터 효율성을 가지고 있는데다 고객이 금융을 사용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가능성까지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테크자이언트의 빠른 의사결정이 금융 경쟁에 새로운 양상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파트너는 “기존 금융사들은 시장조사에서 상품을 판매하기까지 3~6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며 “그렇지만 테크자이언트는 상품 판매를 결정하고 시장 반응이 우호적이지 않을 경우 판매 중단까지 3~6개월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존 금융사가 따라갈 수 없는 속도전에서 전 세계적인 ‘순간확산’ 가능성을 점쳤다. 실제 그는 “우버가 10년 동안 63개국 700개 이상의 도시에 진출했다”며 “독일 인터넷은행 ‘N26’은 출범 2년 만에 프랑스에 진출해 같은 기간 200만명의 고객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HSBC가 프랑스에 진출해 30년 동안 확보한 고객 수보다 많다”며 “빠른 의사결정 구조가 은행 설립에 2년, 해외시장 개척에 불과 3~4개월밖에 걸리지 않는 시대를 열었다”고 진단했다. 특히 테크자이언트들은 정보기술력과 유연한 사고를 겸비한 인력 집합소라는 점에서 폐쇄적인 인적구조의 금융사와는 차이가 크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런 까닭에 김 파트너는 금융사의 폐쇄적인 시스템을 허물어야 테크자이언트와의 합종연횡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영국의 경우 금융사들이 독립적인 별도 은행을 만들거나 새로운 자산관리 서비스를 내놓으며 테크자이언트와 경쟁하고 있지만 아직 춘추전국시대”라며 “기존 금융사들도 지금과 다른 방식으로 독자모델을 제시하는 등 경쟁에 참여해야 합종연횡에서도 ‘바게닝 파워’, 즉 교섭력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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