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드릴십' 인도 거부에 속타는 조선사

대우조선 1척 매매 계약 취소

삼성重도 1조대 거래 무산위기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5월 소난골에 인도한 드릴십 쿠엔겔라(SONANGOL QUENGUELA)호의 모습. /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이 지난 5월 소난골에 인도한 드릴십 쿠엔겔라(SONANGOL QUENGUELA)호의 모습. /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국내 조선업계가 ‘드릴십(선박 형태 원유·가스 시추 설비)’ 인도 거부 충격에 떨고 있다. 유가가 하락하며 인도를 앞둔 드릴십들의 계약파기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노르웨이 해양시추사인 노던드릴링은 지난 4월 대우조선해양과 체결한 드릴십 1척에 대한 매매 계약을 취소하고 선수금과 이자 반환을 요구했다. 이 드릴십은 2013년 미국 밴티지드릴링이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했지만 인도를 포기하며 대우조선해양이 재고로 떠안았었다. 3억5,000만달러(4,100억원)의 매각 대금에 인도 예정일은 2021년 1·4분기였던 만큼 매각이 미뤄지면 다시 재고자산으로 대우조선해양의 부담이 된다.


삼성중공업도 1조원대 계약이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스위스 선사 트랜스오션이 2013년과 2014년 각각 계약한 드릴십 2척에 대한 계약이행 포기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두 선박의 계약가는 각각 7억2,000만달러(약 8,600억원)와 7억1,000만달러(8,480억원) 등 총 14억3,000만달러에 이른다. KB증권은 드릴십 계약 파기로 인한 손실 비용 약 3,000억원이 3·4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중공업은 이밖에 미국과 노르웨이 선사로부터 수주한 드릴십 3척도 계약 취소로 인도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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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릴십은 한국 조선업 불황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르던 2010년대 초반 심해 개발 붐이 일면서 발주가 잇따랐다. 그러나 유가가 40~60달러대로 내려앉으면서 해양플랜트 업체들이 파산으로 내몰렸고 조선소들은 드릴십을 완성해 놓고도 넘기지 못했다.

선주들이 또다시 인도를 포기하는 것은 심해 석유 개발에 대한 매력이 이전보다 떨어지기 때문이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유가가 60~70달러 이상이어야 수익을 낼 수 있었던 해양플랜트들이 최근 소형화·표준화 등으로 손익분기점(BEP)이 30~50달러까지 낮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미국 셰일오일 개발, 중동 원유 증산 등으로 심해 유전 개발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드릴십 계약 취소에 대한 조선사들의 재무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재매각 절차를 통해 건조대금 확보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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