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잘못된 만찬]파란만장 알바니아 현대사의 재발견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문학동네 펴냄




알바니아는 서유럽과 아시아 사이 발칸 반도에 있는 작은 나라다. 강대국의 세력 다툼과 종교갈등에 희생되어 끊임없이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았다. 책 ‘잘못된 만남’은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던 1943년 9월 이탈리아의 지배에서 벗어난 후 독일이 점령을 노리던 알바니아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저자 이스마일 카다레는 ‘조국 알바니아보다 유명한 작가’로 불리며 알바니아 독재정권의 폭력을 고발하는 소설을 써왔다. 1963년 첫 소설 ‘죽은 군대의 장군’으로 카다레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이래 그의 작품을 통해 유럽에서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던 알바니아의 정치 상황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는 평을 받는다. ‘잘못된 만찬’도 마찬가지로 알바니아의 암울한 역사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카다레의 2009년 발표작으로, 한국에서는 처음 소개되는 것이다. 2005년 제1회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카다레는 올해 제9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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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인 ‘잘못된 만찬’은 독일 군대를 이끄는 프리츠 폰 슈바베 대령과 그의 옛 친구인 알바니아인 의사 구라메토의 만찬을 의미한다. 폰 슈바베 대령이 이끄는 독일군은 알바니아의 남부 도시 지로카스트라 도시 초입에서 알바니아 항독 저항군의 공격을 받게 된다. 대령이 보낸 척후병들은 아무도 살아남지 못한다. 이 사건으로 폰 슈바베 대령은 기분이 크게 상하지만 구라메토는 그에게 “난 알바니아가 아니야. 네가 독일이 아니듯이 말이야”라고 말하며 폰 슈바베를 저녁 식사에 초대한다. 구라메토로서도 침략해 들어온 독일 군대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는 것은 불편한 일이지만 두 사람은 만찬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만찬 후 독일군이 억류하고 있던 알바니아인 인질은 전원 풀려나는데, 석방 과정과 배경 등은 베일에 쌓여 있다. 10년 후, 짧은 독일 점령기를 거쳐 알바니아는 공산국가가 되고 구라메토는 1943년 공산주의자를 제거하려는 세계적 음모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기소된다.

그날의 만찬이 엄청난 사건으로 번져가면서 급변하는 알바니아의 정세, 당시의 혼돈이 유머러스하고도 신랄하게 묘사되면서 카다레의 독특한 문학 세계가 드러난다. 마지막 장까지 조각조각 드러나는 정보들을 통해 밝혀지는 진실과 뒤얽힌 파란만장한 알바니아의 역사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책이다. 1만3,800원.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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