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627일 만에 법정 선 JY… 유무죄보다 '작량감경'에 사활

<작량감경 : 법관 재량으로 형 깎아주는 행위>

■이재용 파기환송심 첫 재판

대법 '뇌물인정' 뒤집기 어려워

재판 초기부터 양형심리 변론

징역 5년땐 2년6개월 감형 가능

"재벌 폐해 시정…경제 기여해야"

재판장도 사회적 역할 설명 집중

최종 선고 이르면 연내 나올듯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 뇌물공여 등 혐의에 대한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오승현 기자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 뇌물공여 등 혐의에 대한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오승현 기자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파기환송심 첫 재판을 받았다.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의 쟁점은 예상대로 이미 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유무죄 판단이 아닌 이 부회장의 사회적 역할을 고려한 양형 판단에 집중됐다.

이 부회장은 25일 오전10시10분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치러진 자신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9시30분께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에 도착해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법정에 나온 것은 지난해 2월5일 항소심 선고 이후 627일 만이다.


이날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첫 재판은 예상대로 재판관이 재량으로 형을 깎아주는 ‘작량감경’에 쟁점이 집중됐다. 이 부회장 측은 재판 초기부터 “대법원 유무죄 판단은 다투지 않고 주로 양형 심리에 대해 변론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측이 유무죄 다툼을 미루고 양형 판단 ‘올인’ 전략에 나선 것은 지난 8월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정유라씨에게 제공한 말 세 마리(34억원)와 영재센터에 지원한 후원금(16억원)까지 모두 삼성의 뇌물로 인정하면서 뇌물 총액이 86억원으로 사실상 확정됐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추가 반박 증거를 찾아내지 못하는 이상 전원합의체의 유무죄 판단을 뒤집을 길은 없다. 이 부회장의 뇌물액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액으로 그대로 연결되는데 이 액수가 50억원을 넘으면 무기징역이나 5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받아야 한다.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이제 재판장이 경제와 기업경영 위기 등 다른 사정을 참작해 형을 깎아주는 방법을 노리는 수밖에 없다. 형법상 유기징역을 감경할 때는 형기의 절반을 깎도록 하며 집행유예의 대상이 되는 형량은 3년 이하의 징역이다. 이 부회장은 이론상 법정형 하한 근처인 징역 5~6년의 절반, 즉 징역 2년6개월~3년까지 감형을 받아야 집행유예 선고를 끌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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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 측은 “국정농단 사건은 삼성뿐 아니라 여러 기업이 얽혔다”며 이달 17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기록을 보여달라고 특검 측에 요청했다. 신 부회장과 이 부회장 간 양형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의도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사건 핵심은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과 부정한 청탁의 뇌물”이라며 “이 부회장을 위해 어떻게 승계작업이 무리하게 진행됐는지를 증명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 기록을 증거자료로 내겠다”고 맞섰다.

2615A21 이재용수사재판일지


양측 의견을 들은 정 부장판사도 법리적 쟁점보다는 이 부회장의 사회적 역할을 설명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정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에게 “어떤 결과에도 책임을 통감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로 임해주기를 바란다”며 “재판 중에도 당당히 기업 총수로 해야 할 일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이 사건과 같은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실효적 기업 내부 준법감시제도가 필요하다”며 “재벌 총수는 이스라엘 등을 참고해 재벌체제 폐해를 시정하고 혁신경제로 나아가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주문을 덧붙였다.

재판 말미에는 불현듯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까지 거론했다. 정 부장판사는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당시 만 51세 이건희 총수는 낡고 썩은 관행을 버리고 사업의 질을 높이자고, 이른바 삼성 신경영을 선언하고 위기를 과감한 혁신으로 극복했다”며 “2019년 똑같이 만 51세가 된 이 부회장의 선언은 무엇인가”라고 물은 뒤 재판을 마무리했다.

재판부는 오는 11월22일 유무죄 판단을 위한 재판과 12월6일 양형 판단을 위한 재판을 각각 연 뒤 심리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최종 선고는 이르면 연내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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