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복세편살]변호사·수의사의 하루는 어떨까?…‘직장 브이로그’ 열풍

일반인의 '직장 브이로그' 인기…간호사 등 직업도 다양

"직업을 꿈꾸는 이들에겐 '간접 체험'의 기회"

현직자가 알려주는 현실적인 모습

일부 자극적 소재 이용으로 우려의 목소리도

나의 하루가 콘텐츠가 되는 시대입니다. 방법은 다양하지만 최근 대세는 브이로그죠. 브이로그는 ‘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의 합성어로 일기 쓰듯 영상으로 일상생활을 촬영한 콘텐츠를 말합니다. 식사하면 ‘식사 브이로그’, 쇼핑하면 ‘쇼핑 브이로그’, 여행하면 ‘여행 브이로그’가 되곤 하는데요.

전문 유튜버가 아니더라도 영상으로 각자의 일상을 기록하려는 일반인 유튜버가 증가하면서 눈에 띄는 건 이들의 ‘직장 브이로그’입니다. 특히 간호사, 수의사, 변호사, 세무사 등 흔하지 않은 직업의 일상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화제입니다. 이들의 영상은 전문 감독이 촬영한 다큐멘터리처럼 전문적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현업에 종사하는 당사자가 전하는 솔직한 이야기가 담겨있어 영상을 보는 시청자에겐 ‘직업 간접체험의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 나에게는 일상, 누군가에게는 진로 정보

유튜브 채널 ‘개알남’을 운영하는 외과 수의사 이세원 씨는 관계자 동의 하에 일부 수술 장면이 담긴 브이로그를 올려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세원 씨는 이외에도 ‘반려동물 등록제’, ‘반려견 다이어트 방법’ 등 반려동물을 기르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영상을 게재합니다.

수의사를 꿈꾸는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해 유튜브를 선택했다는 그는 “브이로그가 내겐 일상이지만 누군가에겐 정보이고, 진로 탐색의 기회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합니다. 수의사 중에도 외과 수의사를 담당하는 그는 “의사, 한의사 등 의료 관련 직업을 소재로 한 유튜브 채널은 종종 볼 수 있었지만 수의사 채널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견생 20세’ 시대를 맞아 반려동물 건강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그의 목적이라고 말합니다.

세무사로 활동하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양소이 씨도 비슷한 이유에서 유튜브를 시작했습니다. 양 씨는 “지난해 개인 SNS에 간단한 세무 관련 강의나 사무실에서의 일상이 담긴 사진을 올렸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고 세무사를 꿈꾸는 분들의 진로상담을 요청했다”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이 직업을 궁금해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유튜브가 모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매체라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외과 수의사 이세원 씨의 수술 장면/이세원 씨 제공외과 수의사 이세원 씨의 수술 장면/이세원 씨 제공




유튜브 채널 ‘개알남’을 운영하고 있는 수의사 이세원 씨의 유튜브 촬영 세트. 그는 브이로그 뿐 아니라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이세원 씨 제공유튜브 채널 ‘개알남’을 운영하고 있는 수의사 이세원 씨의 유튜브 촬영 세트. 그는 브이로그 뿐 아니라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이세원 씨 제공


수의사 이세원 씨는 현재 영상 촬영부터 편집까지 스스로 하고 있다./이세원 씨 제공수의사 이세원 씨는 현재 영상 촬영부터 편집까지 스스로 하고 있다./이세원 씨 제공


■“ 1분짜리 영상 만드는 데 1시간이 걸린다는 말 실감났어요.”

본업과 유튜브를 병행하기도 는 이들의 첫 브이로그 도전은 어땠을까요. 이들은 “쉬운 일 하나 없다는 걸 느꼈다”고 입 모아 말합니다.

‘광화문 변호사’ 채널을 운영하는 3년 차 변호사 황수림 씨는 “브이로그라 특별히 기획하는 것은 없고 일상을 담고 있다”면서도 “처음 브이로그를 편집할 때는 어려워서 하루 종일 걸렸다”고 당시를 회상합니다. 황수림 씨의 영상은 변호사로서 그의 일상을 보여주는데요. 실제 업무가 아닌, 동료들과 점심식사를 하는 모습이나 워킹맘인 황 씨가 아이를 등원시키는 모습 등 평범한 일상이 담깁니다. 그럼에도 황 씨의 영상은 7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얻고 있습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 간호사의 경우에는 더 큰 주의를 기울일 수 밖에 없는데요. 5년 차 응급실 간호사로서 ‘개뚱이 TV’를 운영하고 있는 강민경 씨는 “응급실 특성상 많은 사람이 드나들고 의료행위에 민감한 곳이기에 여러 문제가 생길까 많이 조심스러웠다”고 말합니다. 업무 브이로그라도 실제 응급상황이거나 바쁠 때는 영상을 찍을 수 없던 강민경 씨는 여러 날 근무한 기록을 갖고 영상을 제작하곤 합니다. 유튜브 채널 ‘널스홀릭’을 운영하는 대학병원 간호사 권지은 씨도 비슷한 경험을 털어놨습니다. 권지은 씨는 “첫 영상으로 올린 야간 시간 근무 브이로그가 2주 만에 8만 회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면서도 “처음이다 보니 모자이크 처리 등 몇몇 실수 때문에 삭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경험을 발판으로 권지은 씨는 현재 촬영을 할 때 문제가 될 만한 것은 촬영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데요. 그는 ‘정맥주사 한번에 성공하는 법’, ‘간호사가 겪은 최악의 상황’ 등 간호사를 꿈꾸는 이들이 궁금해할 만한 정보를 공유하며 2만 명 정도의 구독자와 소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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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널스홀릭’ 캡처/유튜브 ‘널스홀릭’ 캡처


■ ‘직장 브이로그’ 열풍, 이유는?

유튜브에 ‘직장 브이로그’를 검색하면 셀 수 없이 많은 영상이 쏟아져 나옵니다. 항공사 승무원, 영양사, 보육교사, 영업사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데요.

이러한 유행과 관련해 수의사 이세원 씨는 “직업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환상을 심어주는 게 아니라 힘들고 어려워하는 모습이나 현직자가 생각하는 직업의 단점 등을 설명하기 때문에 인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 직업을 꿈꾸는 학생에게는 하나의 직업 체험 기회가 되는 셈이죠. 이어 그는 “직업을 콘텐츠로 삼는 유튜브 채널은 앞으로 더 다양해질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광화문 변호사’ 채널 운영자 황수림 씨도 “어느 직업을 꿈꾸는 학생이 현직자와 직접 소통을 하면서 진로를 고민할 수 있는 좋은 통로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TV나 영화에 나오는 변호사 모습처럼 돈만 받으면 죄지은 사람을 풀어주기 위해 나쁜 일을 하는 그런 직업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으면 좋겠다”며 “댓글로 로스쿨이나 변호사 업무, 법률에 관한 질문을 많이 해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영상을 보는 예비변호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계속 영상을 올릴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유튜브 채널 ‘광화문 변호사’를 운영하고 있는 3년차 변호사 황수림 씨/황수림 씨 제공유튜브 채널 ‘광화문 변호사’를 운영하고 있는 3년차 변호사 황수림 씨/황수림 씨 제공


■취업 시장에도 부는 ‘브이로그 바람’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해 다수의 대기업들은 브이로그 유행에 발맞춰 이를 적극 활용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딱딱한 회사 소개 대신 신입사원의 관점에서 업무 일상을 소개하거나 영업, 연구·개발, 마케팅 등 각 직무별 임직원의 일상을 직접 촬영해 보여주는 거죠. 이런 브이로그 영상들은 취업 시즌과 맞물려 수많은 취업 준비생들의 궁금증을 해소함과 동시에 기업의 홍보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삼성 SDI의 경우 영업 마케터의 하루를 브이로그로 만들었는데요. 해당 영상은 게시 2개월 만에 4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청에서도 최근 ‘경찰관의 하루’라는 브이로그 시리즈를 제작했습니다. 실습생이 직접 알려주는 형사과의 하루부터 파출소, 지구대, 독도 경비대원의 하루를 보여줍니다. 모두가 궁금해 할만한 직업을 소개한다는 ‘신선함’과 1인칭 시점으로 영상이 전개되는 브이로그 특유의 ‘편안함’이 합쳐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삼성 SDI 에서는 실제 근무하는 직원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를 올리며 회사 홍보에 나섰다. 해당 영상은 4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유튜브 캡처삼성 SDI 에서는 실제 근무하는 직원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를 올리며 회사 홍보에 나섰다. 해당 영상은 4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유튜브 캡처


한화에서도 최근 ‘한화 TV’를 통해 직원들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를 공개하고 있다./유튜브 캡처한화에서도 최근 ‘한화 TV’를 통해 직원들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를 공개하고 있다./유튜브 캡처


■ 관심 끌기 위한 자극적인 소재 경쟁...‘직장 브이로그, 지켜야 할 선은

하지만 일각에서는 ‘직장 브이로그’가 자칫 선을 넘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합니다. 실제로 얼마 전 유튜브에는 ‘수술실 브이로그’라는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수술실에서 근무하는 한 간호사가 수술실 내부를 촬영하며 수술 준비 과정을 영상에 담은 것인데요. 물론 전반적인 수술과정과 환자의 신상 정보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수술 일부 장면을 타임랩스(저속 촬영해 정상 속도보다 빨리 돌려서 보여주는 촬영 기법)을 통해 보여주는가 하면 카메라를 잡았던 손으로 수술장비를 만지기도 해 논란이 됐습니다.

몇몇 시청자는 “수술실 장면을 드라마가 아닌 실제 영상으로 보게 돼 신기하다”고 밝혔지만 영상을 본 다수는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한 시청자는 “직업을 소재로 한 브이로그 영상이 많아지면서 자극적인 소재를 찾으려다 선을 넘은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는데요. 현재 해당 유튜버는 수술실 영상을 비롯한 모든 영상을 삭제한 상태입니다. 레드오션인 유튜브에서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매김한 ‘직업 유튜브’. 하지만 이들의 영상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기대와 우려가 섞여 있는 만큼 유튜버에겐 책임감이, 시청자들에겐 현명함이 요구되는 시점이 아닐까요.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신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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