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휘말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조사는 정당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베릴 A. 하월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장은 25일(현지시간) 민주당 주도로 하원이 진행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가 탄핵조사로서 합법적 지위를 가진다고 판결했다고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는 탄핵조사가 하원 전체의 찬반표결을 거치지 않았다며 정당성 문제를 제기해 온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하원 탄핵조사의 적법성을 인정한 첫 법원 판결이다.
하월 판사는 이날 75쪽 분량의 의견서를 통해 “대통령 탄핵조사를 시작하기 위해 하원 결의안이 필요한 적은 없었다”면서 이에 따라 트럼프 백악관이 하원의 탄핵조사를 거부할 수 있는 법적 기준도 없다고 밝혔다.
하월 판사는 또 지난 4월께 공개된 로버트 뮬러 전 특별검사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 결과 보고서 편집본과 이 보고서에서 언급된 일부 증거물과 자료에 대해서도 하원 법사위에 열람 권한을 부여했다.
뮬러 특검 보고서는 2016년 미 대선 당시 트럼프 선거캠프가 러시아 측 인사들과 공모해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타격을 줬다는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수사 내용으로, 최근 탄핵조사를 촉발한 ‘우크라이나 스캔들’과는 별개의 의혹이다.
하원 법사위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 당시 탄핵 대상이 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편집되지 않은 수사보고서 원본 공개를 요구해왔다.
하월 판사는 하원 법사위 요구를 수용한 배경과 관련, “(법사위는) 탄핵조사의 잠재적 부당성을 피하기 위해 뮬러 특검 보고서에서 언급 또는 인용된 대배심 자료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밝혀왔다”면서 “탄핵조사 관련 증거에 대한 접근을 막는 것은 의회가 헌법적 책임을 성실히 이행할 수 있는 능력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탄핵조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백악관 방침은 (증거) 공개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한다”면서 고의로 의회의 증거 수집을 방해한다면 이를 찾아내려는 의회 차원의 움직임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원은 미 법무부에 오는 30일까지 이번 판결을 따를 것을 명령했다. NYT는 법무부 측이 현재 해당 판결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이후 항소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