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모펀드(PEF)의 ‘맏형’인 MBK파트너스가 다섯 번째 블라인드펀드 조성에 나섰다. 수익률 기준으로는 이미 글로벌 최고 수준의 사모펀드로 올라선 MBK파트너스인 만큼 국내 최초로 블라인드 펀드 5조원 시대를 열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27일 사모펀드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다섯 번째 블라인드 펀드인 ‘엠비케이파트너스오호(가칭)’ 조성에 돌입했다. 블라인드 펀드는 투자 대상을 미리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자 모집과 펀드 결성을 끝낸 뒤 투자를 하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블라인드 펀드는 운용실적이나 신뢰가 없으면 조성이 쉽지 않다.
MBK파트너스가 새 블라인드 펀드 조성에 나선 것은 3년 만이다. 롯데카드 인수로 기존 펀드의 집행 잔여액(드라이 파우더·Dry Powder)에 얼마 남지 않은 게 펀드 조성의 이유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05년 14억 달러(한화 1조4,300억원, 당해연도 평균환율 적용)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로 출발한 1세대 국내 사모펀드다. 이후 △2008년 13억달러(한화 1조5,000억원) △2013년 24억달러(2조5,400억원) △2017년 40억달러(4조5,000억원) 규모로 2~4호 펀드를 결성했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통상 기존 펀드의 70% 가량이 소진 되면 다음 펀드 조성에 나선다”며 “우리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1조3,800억원에 인수한 롯데카드의 주식매매계약이 완료돼 펀드 설정액의 80% 가량이 소진됐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의 5호 펀드는 5조원을 무난히 넘어설 것이라는 업계의 판단. MBK파트너스의 블라인드 펀드는 중국과 한국, 일본을 주요 투자 대상으로 하는 범아시아(Pen-asia) 펀드다. 국내로만 투자영역을 좁혀놓은 한앤컴퍼니도 이달 초 3조8,000억원 규모 블라인드 펀드를 만들기도 했다.
MBK 펀드의 수익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대체투자 정보 전문 서비스업체인 프레킨은 지난 9월 ‘사모자본 성과보고서’를 통해 MBK파트너스를 글로벌 4대 사모펀드 운용사로 선정하기도 했다. 전 세계 사모펀드 운용사 1만여 곳의 펀드 4,500여개 중에서 MBK파트너스가 운용 중인 3개 펀드의 수익률이 4대 고수익 펀드로 분석한 것. 지난 3월 MBK파트너스가 발간한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호 펀드 연환산 내부수익률(IRR)은 26.5%다. 3호 펀드와 4호 펀드는 각각 22.6%, 20.4%를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유동 자금이 MBK파트너스의 5호 펀드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다.
MBK파트너스가 5조원 이상의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하면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국내 사모펀드의 위상도 높아질 수 있다. 펀드 규모가 커지면서 대규모 M&A 경쟁입찰에서 막강한 자금력을 무장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이나 칼라일그룹 등 글로벌 사모펀드와 어깨를 견줄 수 있다. KKR은 최근 150억달러(17조원)가 넘는 규모의 범아시아 펀드를 조성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