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고위험 금융상품에 투자숙려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7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우리·KEB하나은행에 대한 합동검사를 이번주 중 마무리하고 해외 주요국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재발 방지 대책을 다음 달 초 발표한다.
현재까지 도입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투자숙려제다. 이는 자신의 투자성향보다 위험도가 높은 상품에 투자하는 ‘부적합 투자자’와 70세 이상 노인이 손실 위험이 있는 상품에 투자할 경우 이틀 안에 계약을 철회할 수 있는 제도다. 현재 공모 파생결합증권(DLS)에만 적용 중인데 사모 DLF, DLS에도 도입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은행에서 원금손실 가능성이 높은 상품의 판매를 일부 제한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다만 전면 금지 방안은 시장이 위축될 수 있어 당국 내에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금감원에서 금융사 검사를 나갈 때 타 업권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등의 금융사 검사 체계 개편안도 나올 수 있다. 예컨대 은행 검사 때 금감원 은행 관련 부서에서만 나가는 게 아니라 증권·자산운용부서 인력도 투입되는 식이다. 업권별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으므로 검사 체계 역시 이런 변화 기류를 반영하자는 취지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반드시 도입해야 할 제도”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수수료 체계에 대한 점검도 이뤄지고 있다. 금감원의 DLF 중간조사 결과를 보면 독일국채 DLF의 경우 고객에게 제시된 약정수익률은 6개월에 2.02% 수준이었지만 펀드 판매사인 은행이 가져가는 수수료율은 1%, 펀드를 운용한 자산운용사는 0.11%에 달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4일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5~10%의 기대수익률을 가진 금융상품으로 1%의 운용 또는 판매수수료를 받던 금융사가 기대수익률이 1~2%로 낮아진 시대에 같은 수수료를 받는 것은 소비자에게 전혀 다르게 다가오고 있다”며 “수수료 적정성 문제가 새로운 분쟁요소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현재 공모펀드의 경우 은행은 투자금의 2%, 자산운용사는 1% 이상의 판매·운용수수료를 받을 수 없게 돼 있지만 사모펀드는 규제가 없다. 다만 당국 차원에서 사모펀드 수수료에 상한선을 둘 경우 과도한 시장개입이라는 반발이 나올 수도 있어 당국은 업계에서의 자율적인 수수료 인하를 바라는 눈치다.
한편 다음 달로 예상되는 DLF 피해자 분쟁조정위원회에서는 배상비율이 사상 처음 70%를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감원은 이번 사태는 영업점 단위의 일반적인 불완전판매 수준을 넘어 본점 차원의 구조적인 책임이 발견된 심각한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하나은행 전·현직 행장의 징계 가능성도 주목된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전 하나은행장), 지성규 하나은행장 등이 대상이다. 특히 하나은행은 금감원 검사 직전 관련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드러나 ‘검사방해’ 로 제재 수위가 한 단계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