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한 달 만에 다시 박스권 상단으로 여겨지는 ‘2,100선’을 돌파했다. 미중 무역협상이 진전될 것이라는 데 투자자들이 ‘베팅’한 영향으로 해석됐다. 다만 아직 국내 기업의 실적 회복세가 완연하게 나타나지는 않아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가 추세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데 ‘신중론’을 보이고 있다.
28일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71포인트(0.27%) 오른 2,093.60포인트에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지난 25일 종가 대비 8.78포인트 상승한 2.096.67로 장을 시작하다 2,101까지 오르면서 2,100선을 넘어섰다. 주가가 장중에라도 2,100선에 들어선 것은 지난달 24일 이후 약 1개월 만이다. 이날 코스피 상승을 견인한 것은 기관투자가였다.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359억원을 순매수했다. 연기금 역시 288억원을 순매수하며 3거래일 연속 매수세를 이어갔다. 반면 22~25일 매수 포지션을 유지했던 외국인 투자가는 이날 1,255억원을 순매도했으며 개인투자자는 3거래일 연달아 매도세를 보였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최근 부진한 기업 실적 등을 감안할 때 추가적인 상승 여력은 제한될 수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최근 에프앤가이드가 3·4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 39곳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중 39%인 15곳의 실적이 증권가 전망치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시장 눈높이가 낮아진 탓에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놓은 기업도 24곳에 달했다.
하인환 메리츠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 기대감이 반영되는 등 현재 주가가 좋은 쪽으로 상황이 개선되는 걸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이 11배를 뚫고 올라간데다 주당순이익 상승이 9월에 나타나다 최근에는 주춤하고 있어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기에는 부담”이라고 내다봤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것으로 높을수록 기업 실적 대비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증권업계에서는 코스피 PER 상단을 11배 수준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다음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벌어지는 미중 정상회담까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는 3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가 결정되기는 하지만 미중 무역협상이 보다 중요한 이벤트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FOMC에서 뚜렷한 통화정책이 제시되고 11월 APEC에서 미중 간 합의가 이뤄진다면 증시가 추가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 주식시장에서 큰 영향을 끼치는 게 미중 무역분쟁이기 때문에 다음달 중순 APEC 전까지 증시가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달러가 약세를 지속할 것인가도 변수다. 김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 해결 징후가 보이면 바스켓 단위로 신흥국 펀드를 구매하는 외국인들의 수요에 따라 해외 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가운데 달러 약세 여부가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원30전 내린 1,170원47전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