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구매사업에서 인쇄 업체 간 제살깎기 경쟁이 극심합니다. 사업을 따내도 가망이 없을 정도에요. 조달청에서 제시한 인쇄표준단가를 인정해줘야 합니다”
28일 서울 충무로 서울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집무실에서 만난 김남수(사진) 이사장은 “인쇄업체가 생존 싸움에 들어갔다”고 우려했다. 서울인쇄조합의 회원사는 1,118개사로, 국내 조합 중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크다. 하지만 평균 종업원 수는 15명이고, 10명 이하 업체가 전체의 70%다. 소공인 위주의 경기 민감 업종이라 불경기에 더 취약하다. 김 이사장은 “가뜩이나 종이 인쇄물이 전자우편 등으로 대체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 주당 52시간 근로 등 정책 리스크마저 겹쳤다”며 “관공서·기업·은행 등이 대거 입찰하는 공공구매사업마저도 단체수의계약 폐지 이후 덤핑 수주가 만연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그는 “정부에서는 표준단가를 인정해줄 경우 다른 조합에서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지만, 부작용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곤란하다”고 호소했다.
김 이사장은 인쇄가 금융·주얼리 등과 함께 서울시의 특화품목이자 5대 도심제조업으로 선정된 점을 강조했다. 특히 1인 업체까지 합치면 5,000여개의 인쇄업체가 자리해 ‘인쇄 메카’로 통하는 중구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김 이사장은 “서울시 인쇄업체 가운데 60~70%, 우리 회원사 중에도 800개사가 중구에 몰려 있다”며 “지난 2013년부터는 ‘소공인특화지원센터’를 통해 인쇄소공인 지원 및 인프라 구축을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예산 등의 문제로 진척이 더딘 ‘스마트앵커’ 빌딩 건립이 속도를 냈으면 하는 바람도 드러냈다. 김 이사장은 “인쇄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시, 중구 등과 함께 서울 시유지에 300평 규모로 스마트앵커 빌딩 건립을 추진 중”이라며 “이게 마무리되면 저렴한 임대료로 인쇄 업체들이 입주하게 돼 형편이 조금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 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인쇄업종은 마감시한 때문에 일이 특정 시기에 몰리는데 주당 52시간 근로 같은 규제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며 “설립된 지 100년이 넘어 한국 인쇄사의 산증인으로 통하는 기업 보진재가 문을 닫을 만큼 어려운 여건을 살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시 의회에 계류 중인 협동조합 육성 조례와 관련해서는 “조례 통과가 업체 간 공동 마케팅, 공동 입찰 등을 위한 플랫폼으로서 조합의 역할을 더 충실히 수행하는 기반이 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