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KDI "물가하락, 수요충격 탓"…정부와 시각차

'특정 품목 주도' 정부 분석 반박

"현상황 디플레 단정 못해" 평가

한은 '지난해 금리인상' 비판도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소비자물가 상승률 하락의 주된 배경으로 공급이 아닌 수요측 요인을 지목했다. 최근 물가 하락은 농산물 가격 하락 같은 공급 요인 탓이라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시각과 차이가 뚜렷하다. 한은을 향해서는 “물가안정보다 금융안정을 중시했다”며 지난해 11월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비판했다. 국책 연구기관이 한은의 통화 정책을 두고 날을 세운 것은 이례적이다.

KDI는 28일 ‘최근 물가상승률 하락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정규철 연구위원(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보고서에서 “물가 하락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현 상황을 디플레이션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올해 물가상승률 하락은 정부 복지정책이나 특정 품목에 의해 주도됐다기보다 다수의 품목에서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며 나타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9월에도 이런 현상이 계속되자 정부는 농산물·석유류 가격 하락, 무상교육 등 복지정책 등 공급 요인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해 왔다.


KDI 시각은 달랐다. KDI는 복지정책 영향을 배제한 민간소비 디플레이터 상승률이 0.5%에 그치고, 생산자물가 상승률도 올 1~9월 0%에 머물렀다고 분석했다. 정 연구위원은 “올해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이 모두 하락한 것은 공급 충격보다 수요 충격이 더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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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는 통화정책을 통한 물가안정 책임이 있는 한은을 향해서도 “통화정책이 물가안정이나 경기 안정을 일차적 목표로 삼았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물가안정목표(2%)를 지속적으로 밑돌았지만, 오히려 가계부채에 대응해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사례를 적시했다. 정 연구위원은 “당시 경기가 둔화하는 등 금리 인하 여건이 있었지만 가계부채를 감안해 금리를 인상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보면 한은이 물가 안정보다 금융 안정을 중시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KDI는 특히 한은법에 명시된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할 때 금융안정에 유의해야 한다’(1조2항)는 조항과 ‘물가안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6조3항)는 조항이 상충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은이 금융안정을 추구할 수는 있지만, 물가안정을 저해하는 수준까지 왔다”며 통화정책 운용 체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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