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AI강국' 예산확대보다 규제개혁이 먼저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네이버에서 주최한 소프트웨어·인공지능(AI) 분야 연례 콘퍼런스에 참석해 “AI는 인류의 동반자”라며 “AI 정부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올해 안에 완전히 새로운 AI 기본 구상을 바탕으로 ‘AI 국가전략’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데이터와 AI 분야의 내년 예산을 50% 이상 늘리는 한편 5개 대학에 AI대학원을 설립하고 정부 내에 관련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방안 등도 내놓았다.

대통령의 이날 행보는 나름 의미가 있다. 스타트업 기업인들의 데뷔 무대이자 교류의 장에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미래 첨단기술에 관심을 보이는 것 자체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환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대통령의 이런 의지가 산업현장에서는 ‘화려한 비전’ 이상으로 체감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미래 먹거리 마련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얘기하지만 정작 모빌리티를 비롯한 미래 산업은 이해집단과 정치논리에 휘말려 줄줄이 표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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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내놓은 AI 청사진만 해도 현실화하려면 데이터경제 활성화가 선결돼야 하는데 그 뼈대가 되는 데이터 3법은 25일 국회에서 또다시 발목이 잡혔다. 주 52시간 근로제는 미래 산업의 숨통마저 조이고 있다. 오죽하면 대통령을 보좌하는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 직접 나서 “주 52시간제가 획일적으로 도입되면 국가가 개인의 일할 권리를 막는 것”이라고 하소연했겠는가.

이런 가운데 모빌리티와 콘텐츠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경쟁 관계인 SK텔레콤과 카카오가 이날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단순 협력을 넘어 지분 교환을 수반한 전방위 사업동맹이다. 포연으로 가득한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적과의 동침’도 불사해야 한다는 것이 민간기업들의 현실이다.

정부와 국회는 지금이라도 생존 차원에서 절박한 마음으로 혁신활동에 나서는 민간기업들의 몸부림을 깨달아야 한다. 갖은 규제로 뒷다리를 잡으면서 그럴듯한 수식어로 포장된 비전에 기업들은 속을 만큼 속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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