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反정부시위 확산 칠레 '3분의1 개각' 초강수

시위 비하 장관 등 8명 등 경질

빈자리에 40대 채워 '쇄신 의지'

본질은 경제난…사태 수습 한계




지하철 요금 인상으로 촉발된 칠레 반정부시위 사태의 확산을 막기 위해 칠레 정부가 내각의 3분의1을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하지만 정부의 각종 유화책에 이어진 이번 개각 카드에도 시위대의 분노와 불만이 누그러지기는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크다.

28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들은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이 이날 시위대를 자극하는 발언으로 공분을 샀던 내무장관과 경제장관을 포함해 총 8명의 장관을 경질하고, 신임 장관들을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피녜라 대통령은 “정부는 칠레 국민들로부터 많은 기회를 부여하고 특권을 줄여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들었다”며 “칠레는 변화해왔고 정부도 새로운 도전과 시대에 대처하기 위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경질된 장관 중 피녜라 대통령의 사촌인 안드레스 차드윅 내무장관은 시위대를 ‘범죄자들’이라고 표현해 시위를 확산시킨 장본인으로 꼽힌다. 지하철 요금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출퇴근시간 할증된 지하철 요금을 내지 않으려면 더 일찍 출근하라고 했던 후안 안드레스 폰타이네 경제장관도 물러나게 됐다. 이들이 사임한 자리에는 모두 40대 젊은 인물들이 발탁됐다. 시위대와의 소통을 위해 젊고 중도적인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앞서 피녜라 대통령은 정부의 쇄신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지난 27일 전체 장관들에게 사직서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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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개각이 열흘 넘게 이어진 시위를 잠재우기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위의 도화선이 된 지하철 요금 인상 철회는 물론 연금과 임금 인상, 의료비 부담 완화 등 다양한 정부 대책에도 1990년 칠레 민주화 이후 최대 규모인 100만명 이상이 25일 시위에 참여하는 등 시위는 오히려 확산하고 있다. 정부 개각 발표에도 수천 명의 시위대가 칠레 수도 산티아고 중심부로 몰려들고 있고 일부 시위대는 대형상가 건물에 불을 질렀다.

워싱턴포스트(WP)는 칠레 시민의 말을 인용해 “새 내각은 의료와 교육·연금 등에 실질적 변화를 주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AP통신도 칠레 정부가 이번 시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빈약한 공공 서비스와 높은 생활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내놓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칠레는 상위 1%가 나라 전체의 33%에 달하는 부를 독점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불평등한 나라로 꼽힌다. 주요 외신들은 지난해 3월부터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피녜라 대통령이 1990년 민주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14%의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정치생명마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정부의 과잉대응에 대한 불만도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칠레 인권단체에 따르면 시위 진압 과정에서만 지금까지 20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1,132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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