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10월30일 오전11시33분 소비에트연방 노바야제믈랴제도.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폭탄이 터졌다. 서방 정보기관이 붙인 별명 ‘차르 봄바(Tsar Bomba)’의 위력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북위 75도, 남한 면적의 절반에 가까운 세베르니섬을 열과 핵폭풍에 가둔 폭발력 50메가톤짜리 폭탄은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폭보다 3,800배 강했다. 폭발과 함께 높이 60㎞에 이르는 버섯구름이 피어났다. 폭이 40㎞까지 커진 버섯구름은 1,000㎞ 떨어진 지역에서도 보였다. 1,100㎞ 바깥의 핀란드 일부 지역에서는 유리창이 깨졌다. 거대한 폭발로 인한 지진파는 지구를 세 바퀴 돌았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불과 14주 만에 설계와 제작·실험까지 마쳤다는 점이다.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총리의 특별 지시로 개발된 이 폭탄의 용도는 과시형. 실전배치보다 소련의 핵무기 개발 능력을 알리려는 목적으로 개발된 차르 봄바는 독특한 구조를 가졌다. 1단계로 1메가톤의 핵분열탄이 먼저 폭발해 2단계에서 핵융합을 일으키고 마지막 3단계에서 1단계의 100배 폭발력을 가진 핵융합을 일으키는 구조다. 원래 설계대로라면 차르 봄바의 위력은 100메가톤이지만 우라늄 238이 들어갈 자리의 상당 부분을 납으로 채워 폭발력을 49메가톤으로 떨어트렸다.
1단계와 3단계를 합친 폭발력 50메가톤은 전후무후한 것이다. 수폭의 위력에 놀란 미국과 소련은 25메가톤 이상 수폭의 실전배치를 자제했으나 보유 수량이 많았다. 지구 전체를 두 번 이상 날리고도 남을 폭탄으로 무장한 채 서로 협박하고 떨었다. 냉전 종식 이후에도 핵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누적 핵실험 횟수는 미국이 1,032회, 소련(러시아 포함) 727회, 프랑스 217회, 영국 88회, 중국 47회 순. 북한(6회)과 인도(3회), 파키스탄(2회)도 핵실험 국가 목록에 포함돼 있다.
개별 탄두의 위력은 옛 공산권이 훨씬 높다. 서방 진영의 탄두는 메가톤급 이하가 대부분이나 공산권의 핵탄두는 위력이 크다. 과학기술력과 경제력 격차 탓이다. 서방권의 핵미사일은 폭발력이 낮아도 정확하게 목표를 맞히는 반면 명중률이 떨어지는 공산권은 멀리 떨어져도 다 쓸어버리자는 발상 아래 탄두 위력을 키웠다. 폭발력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비용 차이가 없다는 한계체증 효과도 메가톤급 수폭의 등장 원인이다. 냉전 종식 이후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인류가 보유한 핵탄두는 1만3,865발에 이른다. 지구 공멸을 경고하는 핵 시계도 여전히 째깍거린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