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모빌리티 스타트업의 잔혹사...7월이후 신규투자 1건도 없어

'타다' 기소에 현행법 개정 안돼

사업 불확실성 커져 업계 '비상'

카풀은 수백억대 투자금 날려




승합차 호출서비스 ‘타다’와 같은 모빌리티 공유 스타트업들이 현행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는가 하면 각종 규제에 발이 묶이면서 이들 스타트업 투자를 이끌어온 벤처캐피털(VC)들의 투자심리도 냉각되고 있다.


29일 VC 업계 등에 따르면 타다와 같은 승차 공유 모빌리티 스타트업에 대한 VC 투자는 지난 7월 이후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 전 승차 공유 모빌리티 스타트업을 창업한 A사 대표는 “7월 현대·기아차로부터 50억원을 투자받은 KST모빌리티(마카롱택시) 이후 해당 분야에 뛰어든 국내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에 성공한 사례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쟁점이 되고 있는 현행법 개정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자칫 투자금액을 모두 날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VC들이 투자를 머뭇거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카풀사업에 뛰어들었던 일부 스타트업의 경우 기존에 투자받은 수백억원을 날려 “재기조차 꿈꿀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해외 유명 사모펀드가 타다를 운영하는 VCNC의 모회사인 쏘카에 대한 수백억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최근 정부 규제 등이 변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들도 단기간에 회원 130만명을 육박하는 타다의 성장세를 보고 투자하려다 정부의 규제에 막히는 바람에 잇따라 투자를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기존 택시산업을 보호해야 하는 정치권의 눈치를 의식한 정부의 불명확한 정책이 오히려 규제 리스크를 키워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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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현행법에 따른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타다와 같은) 모빌리티 스타트업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타다가 (법원 판결로) 멈추게 된다면 또 한 번의 모빌리티 스타트업 잔혹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검찰이 타다 운영사인 VCNC의 박재욱(34) 대표와 VCNC 모회사인 쏘카의 이재웅(51) 대표를 여객 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데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정부 규제로 혁신 스타트업들의 투자가 막히고 있지만 관련 부처에서는 모빌리티 분야로 유입되는 신규 투자 규모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말로만 모빌리티 스타트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하지만 정작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기초적인 투자 규모조차 파악해놓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관계자는 “VC를 통해 취합한 신규 벤처투자액은 통계청의 표준산업분류에 따르고 있어 융복합 기술에 기반한 스타트업을 정확하게 분류하기는 어렵고 모빌리티 산업을 별도 코드로 분류하고 있지 않아 관련 투자 현황을 살펴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정보통신기술(ICT)서비스·유통·게임 등 총 9개 업종으로만 투자 규모를 분류, 공개하고 있는데 이는 2017년 통계청에서 고시한 제10차 한국표준산업분류여서 산업 간 융복합 비즈니스가 펼쳐지는 스타트 업계를 정확하게 분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같은 모빌리티 스타트업이더라도 승객 운송에 방점을 찍은 타다는 ICT서비스로, 배송에 초점을 맞춘 부릉은 유통서비스로 각각 따로 집계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중기부 관계자는 “벤처투자 선호도가 높은 바이오·ICT 등 9개 업종으로 재분류해 투자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면서 “모빌리티 투자 통계를 취합할지를 두고 시장 상황에 맞춰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
/이수민·박호현 기자 noenemy@sedaily.com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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