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을 앞둔 지난 주말, 80년대 인기리에 방영된 ‘전설의 고향’을 재현한듯한 이태원의 한 식당을 방문했다. 동아줄에 매달린 각종 부적들과 오색천, 흰 소복을 입은 직원들이 손님을 맞았다. 입구에 들어가자 무구(무당이 점이나 굿을 할 때 쓰는 방울 도구)를 흔드는 무당 복장의 직원이 길을 안내했다. 매장 내부에서는 갓을 쓴 저승사자 복장의 직원들이 칵테일을 제조하고, 구미호와 처녀 귀신 복장을 한 직원들이 서빙을 하고 있었다. 내부를 둘러보니 토속적 종교색채가 드러나는 그림들과 동양화들이 벽에 붙어 있었다. 한국 전통 사물놀이 음악이 나오며 흥을 돋우기도 했다. 직장인 조모(23)씨는 “우리나라의 구미호, 무당, 저승사자, 귀신 등도 핼러윈에 적용할 수 있는 특유의 무서움을 가지고 있다”며 “서양 핼러윈 느낌과 달라 더 흥미로웠고 동양적인 핼러윈이라는 점에 더 매료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할로윈 시즌 시끄러운 번화가를 피해 80년대 레트로 컨셉을 내세운 재즈바를 즐기러 온 사람들도 많았다. 이태원 경리단길에 위치한 한 술집에는 20대부터 50대 중년 부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어우러져 있었다. ‘이즌 쉬 러블리(Isn’t she lovely)’·‘어텀 리브스(Autumn leaves)’등 모던 재즈 음악들부터 다소 생소한 7080 국내·외 재즈 음악들이 연주됐다. 퇴근 후 왔다는 우모(53)씨는 “아내와 함께 색다른 할로윈 데이트를 해보고자 옛날 느낌의 재즈바를 찾았다”며 “귀에 익숙한 예전 재즈 음악들이 흘러나와 몰입도 되고 젊은 사람들과 함께 할로윈 분위기를 즐기는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20대 직장인 A씨는 “원래 ‘할로윈은 밖에서 뛰어놀고, 시끄럽게 즐기는 게 재미’라고 생각했는데 앉아서 여유롭게 옛날 음악을 듣는 할로윈도 좋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지하주차장은 할로윈을 앞두고 80년대 롤러장으로 변신했다. 교복을 입고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학생들과 아이를 데려온 부모·조부모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80년대 인기 음악에 맞춰 롤러장을 돌았다. 주부 A(36)씨는 “아이와 롤러스케이트를 타며 엄마가 젊었을 때 이런 롤러장에서 친구들과 놀았다고 말했다”며 “할로윈을 맞아 아이와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이 생겨 좋았다”고 전했다. /이신혜인턴기자 happysh0403@sedaily.com